삼성물산 패션부문이 2년째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한때 영업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부진했으나 5년여에 걸친 지속적인 체질 개선이 결실을 봤다는 분석이다. 패션업계는 “MZ세대 취향을 겨냥한 신명품 트렌드에 맞춰 브랜드를 개편하고 온라인 사업을 강화한 전략이 성과를 냈다”고 평가한다. 5년 체질 개선 결실삼성물산은 지난해 패션부문에서 매출 2조510억원, 영업이익 1940억원을 기록해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고 31일 밝혔다. 전년 대비 각각 2.5%, 7.8% 늘었다. 지난해 고물가와 소비 침체 속에서 경쟁사들이 실적 부진을 겪은 것과 대비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12년 출시한 ‘에잇세컨즈’의 부진으로 2015년과 2016년 잇따라 영업적자를 냈다. 매출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1조7000억원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2022년 엔데믹과 맞물리며 그간의 부진을 딛고 처음으로 연매출 2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대기업 계열 패션업체 중 처음으로 ‘매출 2조원 클럽’에 들었다.
패션 사업 부활은 5년여에 걸친 사업 재편과 운영 효율화의 결과다. 가장 먼저 ‘엠비오’와 ‘라베노마’ 브랜드를 정리했다. 2018년엔 중국을 겨냥해 야심 차게 선보였던 에잇세컨즈의 현지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철수했다. 지난해 11월엔 삼성그룹의 모태사업(제일모직)인 직물사업마저 66년 만에 정리했다. 인건비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해 2018년부터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66년 모태사업 접어삼성 패션의 턴어라운드는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취임한 이준서 삼성물산 패션부문장(부사장)이 이끌었다. 이 부사장은 고강도 체질 개선에 나섰다. 부진한 패션 브랜드를 과감하게 정리하고 편집숍인 ‘비이커’ ‘10 꼬르소 꼬모’ 등을 중심으로 MZ세대를 겨냥한 신명품 브랜드 발굴에 집중했다. 새로 도입한 수입 브랜드 아미·메종키츠네·르메르 등은 2030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수입 브랜드뿐만 아니라 빈폴, 구호 등 자체 브랜드도 강화해 매출을 늘렸다.
에잇세컨즈는 작년 3000억원에 가까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해 효자 사업으로 거듭났다. 패스트패션(SPA)이지만 고급화해 고물가 속 가성비를 찾는 젊은 층을 겨냥한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고비용 구조의 오프라인 매장 의존도를 줄이고 효율성이 높은 온라인 사업을 강화한 것도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온라인 전문몰 SSF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수준까지 높아졌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