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희 SK온 사장(사진)이 연간 흑자를 낼 때까지 연봉의 20%를 반납하기로 했다.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한 이후 계속된 적자를 올해 끊어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란 해석이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이 사장은 전날 서울 SK온 관훈캠퍼스에서 취임 후 처음 임원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당초 SK온은 지난해 분기 흑자를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업황 둔화에 따라 흑자 전환 시점을 올해로 미뤘다.
이 사장은 2018년 12월부터 2022년 3월까지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로 일한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로 작년 12월 SK온의 ‘구원투수’로 복귀했다.
그는 간담회에서 “SK온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성장 속도 둔화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올해는 ‘턴어라운드 원년’이라는 막중한 소명을 지키기 위해 CEO와 임원이 사활을 걸고 위기 극복에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경쟁사들의 거센 공세를 이겨내고 흑자 전환을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며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R&D) 역량을 확보하고 기업공개(IPO)도 차질 없이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임원들에게 오전 7시 출근을 권했다. 아침 시간을 업무 계획 수립, 임원 간 소통, 자기 계발 기회 등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그는 “임원의 역할은 보고받는 것이 아니라 업무의 오너십을 구분하고 의사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임원의 조기 출근이 직원들의 업무량 증가로 이어지지 않게 공식 업무 시간인 9시 이전에는 보고받거나 회의를 소집하지 않도록 했다.
이 사장의 ‘근무 기강 다잡기’는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경영 방침과 궤를 같이한다. SK그룹은 한 달에 한 번 평일에 열던 ‘전략글로벌위원회 회의’를 2주 간격으로 토요일에 하기로 했다. ‘토요 사장단회의’가 재개된 건 주 5일 근로제가 시행된 2004년 후 20년 만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