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상 철도를 지하에 새로 건설하고 상부 공간을 개발하는 철도 지하화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우선 추진할 선도사업으로 선정되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역세권을 중심으로 노후 도심을 고밀 개발할 수 있고, 철로로 단절된 생활권을 통합할 수 있어서다. 부동산업계에서는 개발이 이뤄질 경우 주변 지역의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철도 지하화 사업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노선이 지나가는 서울 용산구, 영등포구, 도봉구와 부산시, 대구시 등 지자체는 지하화 추진 구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선도사업 경쟁에 뛰어들었다. 정치권에서도 오는 4월 총선 공약으로 철도 지하화를 앞세우고 있다.
철도지하화 특별법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한 뒤 국토교통부는 지난 25일 교통 분야 민생토론회에서 철도 지하화 사업의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했다. 국토부는 오는 3월 지하화 노선과 구간, 상부 개발 구상 등을 담은 종합계획 수립에 착수한다. 9월 지자체로부터 구간 제안을 받아 연말까지 선도사업을 선정하고 기본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수도권에선 경부선 서울역~당정역을 비롯해 경인선 구로역~인천역, 경원선 청량리역~도봉산역 등이 우선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의중앙선도 지자체가 건의할 경우 검토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부산(화명~가야차량기지) 대구(경부선) 대전(경부·호남선) 광주(광주선) 등 지방 구도심도 사업 대상으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철도 지하화를 우선 추진할 노선으로 경인선과 경부선을 꼽는다. 표찬 하우에스테이트 대표는 “필요성 측면에서는 구도심의 노후화가 심각하고 주거지역과 밀접한 경인선 구로역~인천역 구간이 가장 앞서 있다”고 말했다. 1988년 처음 개통된 경인선으로 노선이 지나는 도심이 남북으로 갈려 생활권이 분절돼 있다. 간석역, 주안역, 제물포역 등 주변의 개발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주안동 A공인 관계자는 “주안역 인근 철도가 지하화하면 소음이 줄고, 도시 미관도 좋아져 주거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부선에서는 서울역~광명역 구간이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KTX 고속철도를 처음 구상할 때부터 고속열차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도심을 가로지르는 이 구간을 지하화하려는 계획이 있었던 만큼 재원이 마련된다면 우선적으로 지하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TX 운영 효율화와 철도 상부 구간의 개발 필요성이 맞물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도지구 지정을 앞두고 주거환경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