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일자리를 잃은 직장인들이 자신이 해고당하는 모습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행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테크 기업들이 새해를 맞아 연이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 등 SNS를 중심으로 적지 않은 직장인들이 해고당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이들은 인사 담당자와 대화를 나누며 우는 모습이나, 곧 해고 통보를 받을 것을 아는 채로 담담히 남은 업무를 하는 모습 등을 과감하게 공개하면서 아픔을 나누고 더 나아가 새로운 일자리를 얻는 기회로까지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로스앤젤레스(LA)의 한 빅테크 기업에서 해고당한 사연을 영상으로 공유한 마케팅 전문가 폴라셰이드(30)는 "새해 결심 중 하나가 내 삶에서 고통스러운 일을 더 솔직하게 공개하고 드러내는 것"이라며 "그중에는 화려하고 멋지지 않은 것일지라도 내 인생의 일부인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있다"고 NYT에 밝혔다.
지난해 4월 유타주의 한 회사에 다니다 해고당한 조니(38)의 경우, 당초 해고 장면을 가족들에게만 보여줄 목적으로 촬영했다. 하지만 자신을 해고한 회사가 남은 직원들에게 추가 보너스를 지급한 사실을 확인, 이를 틱톡에 공개했고, 관련 영상은 수백만회 조회수를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NYT는 "이런 트렌드는 실패나 부정적인 경험을 포함, 일상의 소소한 순간까지도 SNS로 공유하는 것이 익숙한 MZ(밀레니얼+Z)세대가 선도하고 있다"고 짚었다. 또 NYT는 화제가 된 몇몇 해고 영상들은 새 일자리를 얻을 기회를 창출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유타주의 한 회사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해온 시몬 밀러는 해고 통보를 받은 날, 일하던 모습을 찍어 올린 뒤 약 30개의 일자리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기술보안업체 클라우드 플레어에서 해고당한 영상을 공개한 브리트니 피에치도 일자리 제안을 포함, 약 1만개의 이직 관련 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해고 영상'을 올리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이제 기업들은 해고 과정이 전부 온라인상에 공개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매슈 프린스 클라우드 플레어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회사에서 해고당한 직장인의 영상이 화제가 되자, "더 친절하고 인간적이었어야 했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