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숙원인 제4이동통신사 출범을 둘러싸고 2000억원에 육박하는 ‘출혈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스테이지엑스(스테이지파이브)와 마이모바일컨소시엄(미래모바일)이 5세대(5G) 28㎓ 주파수 경매를 놓고 치열하게 맞붙었다. 지난 25일 742억원으로 시작한 경매가는 1955억원까지 치솟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0일 서울 송파구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서울청사에서 진행한 4일 차 주파수 경매가 최고 입찰가 1955억원에 종료됐다고 밝혔다. 첫 날 시작가보다 163.5% 높은 수준이다. 경매에 참여 중인 스테이지엑스(스테이지파이브), 마이모바일컨소시엄(미래모바일) 모두 낙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매가가 치솟은 것은 지난 29일 3일 차 경매 때다. 마이모바일컨소시엄 측이 돌연 1414억원을 제시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혈 경쟁을 피하겠다’던 기조가 사라졌다. 당초 경매 시작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800억대 선에서 낙찰될 것이라던 업계 예상도 빗나갔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제4통신사 진입 부담을 덜어주겠다면서 경매 최저가를 기존 낙찰가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춰준 보람이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업계도 놀라는 눈치다. 경매에 참여한 사업자 모두 자본금이 크게 넉넉하지 않은 중소사업자다. 급기야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출혈 경쟁으로 5년간 주파수 이용권리를 갖게 되는 데 들인 비용이 높아지면서 네트워크 인프라 투자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재무 건전성엔 빨간 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낙찰받는 사업자는 당장 올해 총 낙찰가의 10%를 납입해야 한다. 3년 안에 의무 구축 수량인 28㎓ 기지국 6000대도 구축해야 한다. 5G 28㎓ 기지국은 구축 비용이 대당 2000만~3000만원에 이른다. 장비 구매 및 구축 비용을 합치면 최소 2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 3사만 해도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3년간 약 2000대를 구축하는 데 그쳤다.
과기정통부는 일단 한숨을 돌리고 있다. 2010~2016년 일곱 차례에 걸쳐 추진했다가 실패한 제4통신사를 ‘8수’ 만에 출범시키는 자체로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취지대로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현재 경매에 참여 중인 곳은 사업 전략부터 두루뭉술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해당 컨소시엄이 최대 4000억원의 정책 금융과 세액 공제를 노리고 움직인 것 아니냐는 ‘먹튀’ 우려까지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재무나 기술 능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 띄우기’로 이득만 챙기고 파산할 경우까지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일 차 경매는 31일 오전 속개한다. 최종 경매가는 2000억원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