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스타트업이 블록체인, 인공위성, 양자 등 신산업 부문에서 잇달아 성과를 내고 있다. 대학의 기술 이전과 스타트업 투자 저변 확대 등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스타트업 중심의 신산업 개척 전망이 밝다는 기대도 나온다. 부산판 ‘우주 헤리티지’ 본격화
부산 영도구에 본사가 있는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는 25㎏급 초소형 지구 관측 위성 ‘옵저버 1A’가 세계 주요 도시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지난 29일 공개했다. 25㎏급 초소형 지구 관측 위성을 개발해 영상 수신까지 성공한 것은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가 세계에서 처음이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는 부산을 포함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이라크 바그다드 등 세계 주요 도시 건축물과 대형 선박의 위치를 선명하게 찍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통상 100㎏ 이하 위성을 초소형 위성으로 분류한다. 이를 감안하면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의 기술은 상업화 잠재력이 더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는 지구 관측 위성의 설계부터 △제작 △시험 △발사 △운용 △분석 등 전 과정을 외주 없이 자체 기술력으로 수행했다.
영상 수신 성공을 바탕으로 인공위성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추는 게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의 최종 목표다. 위성 군집 운용으로 세계 주요 도시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박재필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대표는 “재난, 국방, 금융 거래 등 위성 기반 영상 데이터의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통신 중계와 달 탐사 등 다양한 우주 임무를 수행하는 위성 개발 사업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기관투자 겨냥한 가상자산 기술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서비스(가상자산 수탁)를 제공하는 비댁스는 최근 두나무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 프로디지인베스트먼트 등 국내외 투자사로부터 수십억원의 시드 투자를 받았다. 글로벌 블록체인 메인넷 플랫폼 아발란체가 운용하는 블리자드 펀드 등 글로벌 투자사 세 곳이 참여했다.
이번 투자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 규제 등과 맞물려 관련 투자가 이뤄지지 않던 상황에서 나온 결실이다.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과 맞물려 커스터디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상장, 심사, 거래 등 디지털자산거래소에 모든 기능이 집중돼 발생하는 금융 사고를 예방할 수 있어서다. 커스터디 시장을 통해 안정적으로 자산을 보관할 길이 열려 기관투자가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이 급격하게 이뤄질 것으로 비댁스는 보고 있다.
비댁스는 기관투자가 레벨의 MPC(다자 간 연산) 기술을 기반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으로부터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예비인증을 받았다.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출신인 류홍열 비댁스 대표는 “해외 투자사와의 네트워크 확보로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에 진출할 길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생태계 ‘탄탄’부산대는 30일 양자과학기술 벤처기업 에스디티에 네 건의 양자 관련 특허를 이전했다. 문한섭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칩스케일 원자 앙상블을 이용한 양자얽힘 광원자쌍 광원 및 구현 방법’ 등이다. 에스디티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초정밀 계측 제어 장비와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방침이다. 양자 관련 기술을 기업에 이전한 사례는 부산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부산시는 부산대와 에스디티를 중심으로 관련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맺어 연구개발 등의 사업을 지원할 방침이다.
투자 생태계의 저변도 확대됐다. 한국벤처투자는 지난해 지역 투자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224억5000만원 규모 재간접 펀드를 조성했다. 지역 개인투자조합에 자금을 투입해 지역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구조다. 부산은 부산연합기술지주 등 세 곳의 액셀러레이터가 선정됐다.
지역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재간접 펀드 결성으로 지역 액셀러레이터의 기업 발굴 활동이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며 “기술 기반 스타트업 투자 확대의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