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야심작인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사진)가 초반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전 판매 첫 3일 동안 약 18만 대가 팔렸다. 사용자의 시선을 추적해 화면이 바뀌고, 허공에 손가락을 휘저어 앱을 조작하는 등 ‘공간 컴퓨터’를 구현한 첫 제품이라는 점이 얼리어답터의 구매욕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목소리도 작지 않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기본적인 앱이 지원되지 않는 데다 MR에 어울리는 ‘킬러 앱’이 아직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미국 모바일 앱 시장 정보회사 앱피겨스의 조사에 따르면 비전프로용으로 출시된 앱은 150여 개에 불과하다. 경쟁사인 메타의 퀘스트 스토어에는 1000개 넘는 VR 전용 앱이 등록돼 있다. 이에 대해 애플은 비전프로가 정식 출시되는 다음달부터 100만 개에 달하는 앱이 지원된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기존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앱을 탑재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비전프로는 MR 시장을 선도해온 메타 ‘퀘스트 프로’의 대항마로 꼽힌다. 두 기기 모두 컴퓨터나 외부 시스템과 연결할 필요 없이 독립적으로 헤드셋만 착용하면 작동한다. 앱 생태계의 최강자로 불리는 애플이 만들었다는 점에서 비전프로는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속 빈 강정’에 가까웠다. ‘애플 견제하기’가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유튜브를 보유한 구글은 “비전프로용 유튜브 앱이 없고, 기존 아이패드용 앱도 비전프로에서 실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개발자 입장에서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비전프로 특유의 시선 추적과 손가락 조작 방식, 360도 화면 기능을 구현한 앱을 만드는 데 현실적인 난관이 많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메타 등 다른 플랫폼용으로 설계한 앱을 비전프로에서 활용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