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매출 2조원 '中 밀크티' 차백도, 강남에 깃발 꽂았다

입력 2024-01-30 16:50
수정 2024-01-30 17:48


“차백도(茶百道)는 연내 서울을 중심으로 한국에 매장 50개를 내고, 태국과 호주 등 해외 시장 진출도 추진할 예정입니다.”

왕환 차백도코리아 대표는 30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차백도는 커피의 스타벅스처럼 밀크티 분야를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2008년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문을 연 차백도는 현재 중국 본토에서만 82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2조원 규모에 이른다. 홍콩 증시에 기업공개(IPO)도 추진 중이다.

차백도는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티역 인근에 국내 1호점을 냈다. 중국 외 해외 지역에 매장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왕 대표는 한국의 식품 안전에 대한 기준이 엄격하고 소비자들의 수준이 높다는 점을 진출 이유로 꼽았다. 그는 “동남아시아의 경우 원재료 수입이나 인건비 등 측면서 한국보다 유리한 점도 있다”면서도 “한국에서 먼저 성공한다면 향후 다른 나라에 진출했을 때 한국의 엄격한 규제와 소비자의 까다로운 입맛을 충족시켰다는 일종의 ‘증명서’를 얻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백도는 ‘밀크티 2세대’를 표방한다. 밀크티는 원래 대만에서 처음 시작됐다. ‘공차’가 대표적인 1세대 브랜드다.


차백도는 각 매장에서 직접 찻잎을 우려낸다. 밀크티에 들어가는 생과일도 일일이 매장 직원이 직접 썬다. 찻잎은 우려낸 뒤 3시간, 과일은 썰고 4시간이 지나면 폐기한다. 차백도가 ‘건강함’과 ‘신선함’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다.

차백도의 대표 메뉴 ‘망고 포멜로 사고’에는 신선한 망고와 자몽, 코코넛밀크 등이 들어간다. 한국 시장 특성에 맞게 ‘한라봉 젤리 티’ ‘한라봉 야쿠르트’ 등도 개발했다. 왕 대표는 “차백도가 중국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매주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기 때문”이라며 “매 계절마다 신선한 과일이 들어간 음료를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백도 1호점은 특별한 사전 홍보 없이도 오픈한 지 나흘만에 MZ세대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탔다. 오픈 직후 ‘1+1 행사’를 실시했을 땐 매장 밖으로 대기 행렬이 100m 이상 늘어서기도 했다. 왕 대표는 “사실 한국에서 밀크티는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등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다”며 “조만간 2호점을 홍대입구나 신촌 부근에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백도에 이어 중국 내 20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 밀크티 브랜드 ‘헤이티(HEYTEA)’도 곧 압구정동에 한국 1호점을 낼 예정으로 알려졌다.


외식업계에서는 차백도와 헤이티 같은 중국 본토 기반 2세대 밀크티가 공차 등 기존 업체의 아성을 위협할 지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공차는 2012년 한국에 첫 발을 내딘 뒤 ‘밀크티 열풍’을 이끌어왔다. 공차코리아는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2017년 대만 본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차는 최근 대만과 일본 등 해외 시장에서 부진으로 성장이 정체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2년 공차코리아의 매출은 1809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235억원)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공차코리아 측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건강에 대한 수요로 차를 즐기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 서울 주요 상권에도 특화점포들을 오픈하고, 공차만의 차별화 요소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