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이 발 빼면 끝난다"…주주·사업 다각화 나선 日 상사

입력 2024-01-30 14:21
수정 2024-01-30 14:27

일본의 5대 종합상사가 워런 버핏의 ‘반전 리스크’ 해소를 위해 투자자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버핏의 매수로 주가가 급등한 만큼, 버핏이 보유 지분을 정리할 때를 대비한 방어책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일본 5대 무역회사의 최대 주주 중 하나에 올라 있다. 이토추 상사, 스미토모 상사, 미쓰비시 상사, 미쓰이 상사, 마루베니 상사에서 버크셔 해서웨이는 각각 7.5%~8.4%의 지분을 갖고 있다.

버크셔가 2020년 8월에 이 회사들의 지분을 매입했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이 몰리며 일본 5대 상사는 시장 수익률보다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상사 내부에서는 “버핏의 영향력이 양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했다. 지난해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정학적 위험을 이유로 대만 반도체 회사 TSMC의 보유 지분을 줄였을 때, 다른 투자자들이 이에 동참하면서 TSMC 주가가 악영향을 받았던 점을 이유로 꼽았다.

스미토모 상사의 투자자 관계(IR) 책임자 타카야마 요시노리는 “버크셔가 우리 주식을 영원히 보유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분 매도의 위험을 고려하여 주주를 다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쓰비시는 주가 상승으로 신규 개인투자자 유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 이달 1일부터 3대 1의 액면분할을 실시했다. 이토추는 꾸준한 자사주 매입으로 최대 지분을 확보했다. 이토추가 발표한 지난해 2월부터 올해 2월까지의 자사주 매입 규모(목표치 포함)는 약 1250억엔(약 2762만주)이다.


일본 상사는 지난해 식량과 인프라 부문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수익을 올렸다. 이외에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코니시 히데아키 미쓰이 IR 총괄 책임자는 “주주와의 대화에서 의료 및 신에너지와 같은 부문을 강조했다”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쿠리바라 히데아키 도카이 도쿄 연구소 수석 애널리스트는 “무역 상사들이 원자재를 넘어 탈(脫)탄소화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경영을 개선하면 버핏이 주식을 매도하더라도 지지층이 두터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