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콘셉트를 위해 외국어 간판이나 메뉴판을 내세운 가게들이 눈에 띄는 가운데, 대구의 한 일식당이 메뉴판 음식 가격을 엔화로만 표기한 사실이 알려져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지난 28일 엑스(X·옛 트위터)에는 대구 동성로 한 일식당을 다녀왔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는 시민의 사연이 공유됐다. 그는 "현지 기분을 느끼란 것이냐"라며 메뉴판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된 메뉴판에는 "엔화(¥)로 표기된 가격은 '0'을 붙여 원화로 계산해 주세요"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다. 실제 주메뉴부터 토핑, 음료까지 모두 '원'이 아닌 엔화로 표기돼있다. 가게에서 판매하는 오징어 먹물 리소토 몬자야키는 1580엔으로 적혀 있어 15800원을 내야하고, 돼지 김치 몬자야키는 1380엔으로 13800원을 내야 하는 셈이다.
이를 접한 한 누리꾼은 "엔화로 표기했으면 줏대 있게 가격도 엔화 기준으로 (돈을) 받을 것이지 손해는 보기 싫다고 '0' 하나 더 붙여서 저세상 환율을 적용하는 것은 대체 무엇이냐"고 꼬집었다.
다른 누리꾼들도 다양한 반응을 내놨다. 이들은 "메뉴 이름은 한글이고 가격 표기는 엔화인 게 웃긴 상황이다", "엔화로 적어두고 엔화를 안 받는 건 무슨 콘셉트냐" 등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그냥 메뉴 콘셉트이니 불편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일식집이라고 하는데 굳이 나쁘게 볼 것 있냐" 등 의견을 내놨다.
현행법상 식당과 카페 등 메뉴판에 한글 표기가 없어도 불법이 아니다.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광고물의 문자는 원칙적으로 한글 맞춤법이나 국어의 로마자표기법, 외래어표기법 등에 맞춰 한글로 표시해야 하며 외국어로 기재하는 경우 한글을 병기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시 5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하지만 식당 등 내부에서 손님에게만 제공하는 메뉴판은 옥외광고물에 해당하지 않아 법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없다.
이에 지난해 8월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카페와 음식점 등 대중 이용 시설에서 한글 안내판이나 메뉴판을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어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일상에서의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으로 국어문화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게 조 의원의 지적이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