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BMW가 8년만에 메르세데스-벤츠를 제치고 국내 수입차 왕좌에 올랐지만 BMW 차량 소유주들은 오히려 울상이다. 벤츠와 경쟁을 벌이며 막판 판매량을 올리기 위해 강하게 프로모션한 게 중고차 가격엔 악재가 됐기 때문이다.
30일 직영중고차 플랫폼 케이카(K Car)에 따르면 최근 국내 중고차 시장의 주요 인기모델 대상으로 '잔가율'을 조사한 결과 벤츠 E클래스 250 익스클루시브는 68.3%, BWM 5시리즈 530i m스포츠는 49.5%로 나타났다.
잔가율은 신차 출고가 대비 중고가로 거래되는 시세의 비율을 뜻한다. 가령 특정 모델 신차 출고가를 100이라고 할 때 중고차 시세가 70에 거래되면 해당 모델의 잔가율은 70%가 되는 식이다.
벤츠 E클래스 250 익스클루시브와 BWM 5시리즈 530i m스포츠의 잔가율 차는 18.8%포인트에 달한다.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 모두 국내에서 인기 모델이라 중고차 시장에서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다만 브랜드 이미지 덕분에 초반 감가는 벤츠가 다른 브랜드보다 잘 방어되는 경향이 있다.
중고차 잔가율은 시장 수요와 공급 증감이 맞물려 변화한다. 판매량 높은 인기 모델은 중고차 시장에서도 수요가 많아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 형성된다. 중고차 시장에선 수요가 적을수록 감가폭이 커지며 잔가율 역시 낮게 나타난다.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BMW 차주 위주로 "신차 가격은 BMW 5시리즈가 제네시스 G80보다 비쌌는데 중고차 가격은 진작에 역전됐다"거나 "보증 기간이 지난 후부터 감가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데 중고차 가격이 얼마나 떨어질지 걱정된다"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BMW가 지난해 연말 공격적 프로모션을 펼치며 물량 공세에 나선 게 시세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는 얘기다. 신차 가격 할인으로 실구매 가격이 낮아지면서 동일 모델 중고차 가격의 낙폭이 커진 탓이다.
BMW는 지난해 10월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 뉴 5시리즈를 내놓았다. 2017년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8세대 완전변경 모델로 5시리즈 처음으로 순수 전기 모델이 포함돼 주목 받았는데, BMW는 출시 2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신형 5시리즈에도 큰 폭의 프로모션을 단행했다. 출고가 6880만원인 520i 모델을 최대 12.4%(850만원) 할인해 6000만원 수준에 판매했었다.
이민구 케이카 PM팀 수석 애널리스트는 "순전히 신차의 인기가 많아 판매량이 늘었다면 중고차 가격 하락을 방어하겠지만, 공격적인 할인 프로모션이 들어갔다면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라며 "BMW는 지난 연말에 프로모션을 통해 5시리즈를 많이 판매한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중고차 시장에 공급이 많아지고 이에 따른 시세 변동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