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이 7%가 넘는 보험료율에도 국고 지원을 빼면 만성 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로 인한 지출 급증이라는 근본 요인에 혼합진료 등에 따른 일부 건보 누수 요인이 더해지면서 올해부턴 연 10조원이 넘는 국고 지원이 있어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정부가 건강보험 지원을 위해 편성한 예산은 13조7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12조4000억원)에 비해 10.4% 증가한 수치다. 이는 정부 전체 총지출 증가율(2.8%)의 4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대규모 국고 지원에도 건보 재정은 올해부터 적자가 예고돼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고령화에 따른 지출 폭증 등으로 건보는 올해부터 구조적인 적자 국면에 들어간다. 올해 1조4000억원 적자를 시작으로, 2028년이면 25조원 규모의 적립금이 모두 고갈되고 2032년엔 적자만 20조원에 달하게 된다. 2032년 예상되는 정부 지원금(23조원)을 포함하면 건보 적자를 메꾸는 데 들어가는 ‘혈세’만 43조원에 달한다.
올해 기준 소득의 7.09%에 달하는 보험료율에도 건보가 국고 지원으로 연명하는 신세가 된 것은 역대 어느 정부도 건보 지출 구조에 손을 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감에도 건보 재정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 결정하는 작업에 정부와 국회는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건보 지출은 의학 전문성이 고려돼야 한다는 이유로 의약업계가 주도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지출이 통제되지 않음에도 한국은 2007년 이후 당해 건보 수입의 최대 20%를 정부가 지원하도록 규정한 국고지원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작년 초 기획재정부와의 회의에서 “지출을 통제하지 못하는데 국고를 투입하는 특이한 제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