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디스플레이업계는 ‘보릿고개’를 피할 수 없었다. 경기 침체로 인해 정보기술(IT), 가전제품 수요가 급감한 영향이다. 하지만 올해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수요 회복이 기대된다. 업계 양대 산맥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IT, 차량용 OLED에 대한 투자를 늘려 이 분야에서 중국과의 격차를 벌린다는 전략이다.
29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 등에 따르면 올해 OLED시장의 수요가 살아날 전망이다. 옴디아는 OLED 출하량이 지난해 대비 10%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출하량 9억 대에서 올해 9억9370만여 대로 10억 대에 육박할 것이란 예측이다. 이어 2025년, 2026년엔 각각 10억4300만 대, 11억 대 이상으로 출하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회복을 이끄는 주력 품목은 태블릿, 노트북 등 휴대용 PC에 들어가는 OLED다. 애플이 수요를 이끌고 있다. 애플은 올 1분기에 출시할 아이패드 프로에 처음으로 OLED를 적용하기로 했다. 전량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납품한다. 애플은 맥북에도 OLED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OLED는 LCD(액정표시장치) 대비 가볍고 전력 소모가 적어 휴대성이 중요한 가전에 장착된다.
차량용 OLED 분야도 국내 디스플레이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얇고 가벼우며 자연스러운 곡선 형태로 구현이 가능해 프리미엄 완성차에 주로 적용된다. LG디스플레이는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벤츠, 볼보, 랜드로버 등 10곳을, 삼성디스플레이는 BMW, 페라리 등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OLED시장은 아직 규모가 작지만 미래 성장성이라는 측면에선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OLED의 주도권을 지키느냐는 한국 디스플레이산업 경쟁력 유지의 관건이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디스플레이시장 점유율(금액 기준)은 중국이 42.5%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36.9%로 2위다. OLED 등 첨단 제품으로 기술 격차를 벌리지 않는다면 자칫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때 LCD 분야 세계 1위였던 일본은 자국 기술의 우위에 대한 과신으로 미래기술 투자를 줄여 한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이와 관련, 삼성디스플레이는 2026년을 목표로 8.6세대 IT용 OLED 생산 체제를 구축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경기 파주 사업장의 중소형 OLED 생산 능력을 확충하고 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