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노사정 대타협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근로시간제도 개편’과 ‘계속 고용’을 사회적 대화 의제로 선정했다. 근로시간 개편을 원하는 정부·경영계와 정년 연장을 추진하는 노동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본지 1월 9일자 A10면 참조
경사노위는 29일 서울 신문로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연 ‘역대 위원장 간담회’에서 노사정이 공감대를 형성한 노동 개혁 의제를 공개했다.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은 “아홉 차례 부대표자 회의 등을 하면서 논의할 의제와 일정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결과 저출산과 장시간 근로 해소, 인구구조 변화 대응,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일자리 등의 의제에는 상당 부분 (노사정 간)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저출산과 장시간 근로 해소는 근로시간제도 개편을, 지속 가능한 일자리는 계속 고용을 의미한다. 역대 위원장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해 1월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오찬 이후 1년 만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경사노위 본위원회는 서면으로 한 차례 진행됐고, 대면 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그동안 근로시간제 개편 논의에 부정적이던 노동계가 입장을 선회한 것은 지난해 말 연장근로와 관련한 법원 판결 때문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은 지난해 말 1주 12시간의 연장근로 한도 위반 여부를 ‘1일 8시간 초과’가 아니라 ‘1주 40시간 초과’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 이후 노동계에선 근로시간제도 개편에 참여해 하루 총근로시간 제한을 입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정부 안팎에선 노동 개혁 의제를 놓고 노사정 대화가 진행되더라도 구체적인 성과를 끌어낼지는 불확실하다는 의견이 많다. 개별 사안을 놓고 노사 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어서다. 상대적으로 합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거론되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 관련 의제도 기업들은 퇴직 후 재고용을 주장하지만, 노동계는 임금 손실 없는 정년 연장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상황도 원활한 논의 진행의 걸림돌로 여겨진다. 경사노위는 다음달 의제·개발조정위원회를 열어 추가로 논의할 수 있는 의제를 발굴할 계획이다. 고용 유연성 확대, 파견근로·비정규직 규제 완화 등 노사가 맞서고 있는 핵심 사안은 의제로 채택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