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관광 관련주의 하락이 장기화하고 있다. 지난해 저조한 실적과 함께, 중국 단체 관광객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게 나타난 영향이다. 최근 실적 발표 이후 대형주를 중심으론 무더기 목표주가 하향도 이어지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호텔·관광 ‘대장주’ 호텔신라는 전 거래일 대비 1% 하락한 5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롯데관광개발(-3.29%), 파라다이스(-1.85%), GKL(-1.14%) 주가도 나란히 내렸다. 2주 전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던 이들 종목은 당시부터 전거래일까지 잠시 3~6% 반등 기미를 보이기도 했지만, 지난주 실적 발표 이후로 다시 하락 국면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호텔신라의 ‘어닝 쇼크’가 있었던 작년 3분기를 기준으로는 이날까지 20~40%가 빠졌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 9376억원, 영업손실 183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26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8% 줄었고, 영업손실은 확대했다. 호텔신라는 면세점과 호텔·레저 부문에서 수익을 내는데, 해외 면세사업 악화와 제주 호텔의 매출액 감소가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주요 원인이다. 같은 이유로 GKL은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6억원)돼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하회했고, 롯데관광개발도 적자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목표주가는 낮아지고 있다. 실적 발표와 함께 올해 실적 추정치가 꺾이면서다. 증권가에선 이날에만 KB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을 포함해 10개 사가 최저 7만원까지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고병국 KB증권 연구원은 “중국인 입국자 수가 지난 7월부터 2019년의 40~50%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관광객 수 증가에 따른 매출 회복이 확인돼야 주가 반등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이전 추정 대비 38% 하향한다”며 “더딘 중국인 관광객 수요 회복 속도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유안타증권은 롯데관광개발, 파라다이스, GKL의 목표주가를 한 번에 낮췄다. 롯데관광개발의 경우 운영하는 호텔인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의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2.2% 떨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파라다이스호텔 제주 등에서 호텔과 카지노 사업을 펼치는 파라다이스 역시 일부 사업장에서 중국 VIP 관광객 하락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카지노를 운영하는 GKL은 2019년 대비 중국인 관광객 회복률이 45~5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환욱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방한 총외국인 수를 기준 목표치 95%에서 85%로 하향해, 내년도 실적 추정치도 낮췄다”며 “중국 방문객 수 회복의 뚜렷한 방향성은 있어 투자 매력도는 있는 구간”이라고 진단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