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베르시포로신', 美 이어 유럽서도 희귀의약품 지정

입력 2024-01-29 09:01
수정 2024-01-29 09:02


대웅제약은 특발성 폐섬유증 후보물질 베르시포로신(DWN12088)이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 받았다고 29일 발표했다. 앞서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EMA는 유럽에서 인구 1만명 중 5명 이하에게 영향을 주는 질환 중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고 환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후보물질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한다. 유럽 희귀의약품이 되면 허가 수수료 감면, 의약품 허가 시 10년간 독점권 인정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은 7년간 독점권을 인정한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폐에 콜라겐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돼 폐 기능이 떨어지는 난치병이다. 인구 10만명 당 13명꼴로 환자가 생긴다.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40%에 불과할 정도로 치료 경과가 좋지 않지만 기존 치료제는 부작용이 심해 신약 개발 수요가 높다.

동일 계열 첫 혁신신약(First-in-class)으로 개발하고 있는 베르시포로신은 PRS(Prolyl-tRNA Synthetase) 저해 항섬유화제 신약 후보물질이다. 콜라겐 생성에 영향을 주는 PRS 단백질 작용을 줄여줘 콜라겐의 과도한 생성을 억제한다.

콜라겐이 지나치게 억제돼 부족해지면 심혈관 질환 등 각종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베르시포로신은 환자의 생명 유지에 필요한 범위까지만 콜라겐 생성을 억제하는 게 특징이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5월 유럽분자생물학회(EMBO)에서 논문을 발표하며 이런 기전을 공개했다.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는 "대웅제약이 세계 처음 개발하고 있는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베르시포로신은 지난해 중화권 기술수출에 성공하는 등 임상단계부터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다"며 "환자들에게 신속하게 치료옵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개발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전했다.

베르시포로신은 한국과 호주에서 진행된 다수의 임상 1상에서 162명의 건강인 대상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약동학적 특성을 확인했다. 한국과 미국에서 다국가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케츠에 따르면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시장은 매년 8%씩 성장해 2030년 75억 달러(약 10조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