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장남의 코리그룹 몸값이 1조2000억원?

입력 2024-01-29 16:11
수정 2024-01-29 18:09
이 기사는 01월 29일 16:1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미약품그룹에 '남매의 난'이 벌어진 뒤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의 개인 회사인 코리그룹이 관심을 받고 있다. 시장에선 코리그룹의 기업가치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임 사장 측은 기업가치가 1조20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과장된 수치"라고 반박한다.

2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코리그룹은 임 사장이 2009년 홍콩에 설립한 회사다. 바이오헬스케어 등이 주력 사업이다. 비상장사로 그간 한국에선 크게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다. 한미약품그룹에 '남매의 난'이 벌어진 뒤 조명을 받고 있다.

코리그룹의 기업가치가 주목받는 이유는 임 사장의 자금 조달 능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모친인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동생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OCI그룹과 맺은 대주주 지분 교환 계약에 반대하고 있는 임 사장은 코리그룹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51% 이상 확보하고, 경영권을 가져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코리그룹은 코리홍콩을 중심으로 여러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임 사장 측은 코리그룹 전체의 기업가치가 1조20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2년 코리그룹의 연결 매출이 3억2400만달러이고, 주가매출비율(PSR) 2.7배를 적용하면 기업가치가 8억7480만달러(1조1679억원·환율 1335원 기준)에 달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지만 PSR 잣대로 코리그룹의 정확한 기업가치를 산정하긴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얘기다. PSR은 주가를 주당 매출액으로 나눈 수치다. 통상 온라인 커머스처럼 매출 성장을 중시하는 업종에서 주로 활용된다. 하지만 바이오 업종에 PSR로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건 무리가 따른 다는게 전문가들 얘기다.

PSR 멀티플을 2.7배로 산정한 근거도 명확하지 않다. 코리그룹이 제시한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 데이터 자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리그룹이 상장사가 아니다 보니 회사 측에서 제시한 데이터의 기준를 알 수 없고, 올해 5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는 주장도 얼마나 현실 가능성이 있는지 가늠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실적 데이터의 기준을 명확히 밝히고, 최소 과거 3~5년치 데이터를 제시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인수합병(M&A) 시장에선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기준으로 동종업계 기업들과 비교해 기업가치를 산정한다"며 "EBITDA 멀티플 대신 PSR 멀티플을 기업가치 산정 방식으로 제시했다면 흑자를 내지 못하는 기업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