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답서스는 생명력이 질긴 식물이다. 공기 정화 능력이 뛰어나고 키우기 쉬워 관상용 화초로 인기가 많다. 연극 ‘우주로 간 스킨답서스’에 등장하는 이 식물은 두 명의 주인공 민지와 상우의 사랑을 상징한다. 민지는 새로운 지구를 찾기 위한 우주 탐사를 떠나면서 스킨답서스 화분을 가지고 간다. 질긴 생명력을 지닌 스킨답서스처럼 그 둘의 사랑도 살아남길 원하는 바람이 담겼다.
한편 지구에 남아 민지를 기다리는 동안 작곡가 상우는 작곡 슬럼프에 빠지고 방황한다.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낸 둘은 갈등하지만 결국에는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상우는 작곡에 성공하고 민지는 생명이 살 수 있는 행성을 찾아 스킨답서스를 심으며 막을 내린다.
참신한 설정과 소재가 인상적이다. 연극의 배경을 우주와 미래로 설정해 흥미롭다. 인간의 감정을 추출해 만든 마약인 ‘별사탕’이라는 소재도 새롭다.
우주 공간을 표현한 연출도 돋보인다. 주인공들이 불투명한 벽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하면서 우주와 지구 사이의 소통이 끊긴 순간을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슬로모션 연기와 조명을 활용해 무중력 상태를 묘사한 장면도 인상적이다. 실감 나는 우주복 의상과 조명 디자인도 생동감을 더한다.
다만 이야기를 풀어낸 방식이 아쉽다. 주인공들이 평면적이다. 상우와 민지가 어느 순간 깨달음을 얻고 그들의 심리를 직접 설명하면서 갈등이 해소된다. 긴 독백으로 문제가 해결돼 설득력이 부족하고 몰입하기 어려웠다. 결국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모호하다. “무한을 찾다 유한의 소중함을 깨닫다”, “기다릴게. 거기서 넌 너로서 빛나. 나는 나로서 빛나고 있을게”처럼 추상적이고 상투적인 대사가 아쉬운 대목이다.
작품 설정에 대한 고민이 느껴지는 연극이다. 꼼꼼한 연출로 그려낸 우주 공간을 경험하는 재미도 있다. 참신한 소재를 살려 인물들의 서사와 메시지를 보완하면 더 좋은 작품이 될 잠재력이 보인다. 공연은 1월 31일까지 서울 대학로 나온씨어터에서 열린다.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