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폐공사는 액면가가 표시된 법정금화인 이른바 ‘불리온 주화(bullion coin·예술형 주화)’의 국내 발행 검토를 앞두고 최근 ‘예술형 주화 해외사례 및 시사점’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지난 25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세미나엔 유슬기 산업연구원 박사와 국내 최대 기념주화 유통업체 풍산화동양행의 이제철 대표가 발제자로 나섰다. 성창훈 한국조폐공사 사장을 비롯한 공사 임직원과 전문가 등이 대거 참석했다.
불리온 주화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예술형 기념주화의 일종이다. 통상 불리온 주화는 각국 중앙은행이 자국을 상징하는 동식물 등을 소재로 발행하고, 그 순도와 무게를 보증한다. 미국의 이글(독수리), 캐나다의 메이플(단풍잎·사진), 중국의 판다, 호주의 캥거루, 오스트리아의 필하모닉 주화가 대표적이다.
불리온 주화는 금이나 은, 백금 등으로 만들기 때문에 귀금속 시세가 판매 가격에 반영된다. 액면 가격이 정해져 있지만, 액면가와 상관없이 판매된다는 뜻이다. 입찰을 통해 귀금속 시세에 따라 실시간으로 판매 가격이 달라진다. 주화 수집을 위한 수요뿐 아니라 실물 가격을 감안한 재테크로서의 투자 가치도 충분하다는 것이 조폐공사 설명이다.
국내에선 아직까지 불리온 주화를 공식적으로 발행하지 않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 때 기념금화를 발행했다. 다만 이는 국가 행사를 기념하기 위한 일회성 기념주화였다. 행사 시기에 맞춰 일회성으로 발행하고 외형도 제각각인 일반 기념주화와 달리 불리온 주화는 일반 동전 크기에 고유 문양과 액면 가격을 새겨 상시 발행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이날 세미나(사진)에서 유슬기 박사는 해외 불리온 주화의 역사와 국가별 사례를 소개했다. 이 주화가 국가 브랜드 이미지 홍보와 수출 활성화 등 문화산업 발전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2022년 기준 미국의 불리온 주화 발행액은 연간 4조8000억원이다. 호주도 2조1000억원에 이르는 등 주요 6개국의 예술형 주화 시장 규모는 20조원에 달한다는 것이 유 박사 설명이다.
이제철 대표는 불리온 주화의 해외 시장 현황과 국가 상징물을 소재로 국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홍보 역할을 톡톡히 하는 주요국의 사례를 자세히 소개했다. 이어 “국내서도 불리온 주화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액면발행 기념주화 발행 체계의 한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창훈 조폐공사 사장은 “불리온 주화는 국가 상징물을 통한 국가 이미지 제고에 기여하고, 화폐 기획에서부터 제조, 유통, 수출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문화·수출산업으로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