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6일 정기 인사에서 관례를 깨는 파격 인사를 또 단행했다. 보수적인 한은 조직문화를 바꾸겠다는 이창용 총재의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한은 정기인사에서 최창호 조사국장은 통화정책국장에 임명됐다. 조사국과 통화정책국은 한은의 양대 축이다. 두 조직 간 관리자급 교류는 이주열 전 한은 총재가 2005년 당시 조사국장에서 정책기획국장(당시 통화정책 담당)으로 이동한 후 19년 만이다.
한은 내부는 이번 최 국장 인사에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다. 최 국장은 한은 내에서 대표적인 거시경제 전문가로 꼽힌다. 조사국 주요 보직을 모두 거쳐 지난해 3월 조사국장에 올랐다. 최근 9년 연속 조사국에서 근무하는 등 조사국 전반의 업무에 관해 이해도가 높다. 하지만 통화정책 경험은 많지 않은 편이다. 한은은 “핵심 업무인 통화정책·경제전망 부서 간 융합인사를 통해 유기적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신임 조사국장에는 이지호 전 기획재정부 민생경제정책관이 임명됐다. 경제부처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보수적인 한은 조직문화와 업무 관행을 바꾸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은은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총재 직속으로 지속가능성장실을 신설해 나승호 실장을 임명했다. 탄소중립 등 지속가능 성장 이슈에 대한 영향 분석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런 분야는 한은이 그동안 큰 관심을 두지 않은 분야다.
한은의 파격 인사는 이 총재 취임 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채병득 부총재보가 상업계 고등학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임원 자리에 올랐다. 경제연구원장 지위를 임원급으로 높이고 이재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영입한 것도 화제가 됐다.
주요 보직뿐 아니라 팀장과 과장급 인사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연공서열 대신 능력 위주의 발탁으로 젊은 팀장이 많아졌다. 내부 회의에서 과장급 직원의 발표를 늘리고 이를 승진자 선정에 반영하고 있다. 이 총재 취임 후엔 여성 승진자 비율도 20%를 웃돌았다. 이번에도 108명의 승진자 중 26명(24.1%)이 여성이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