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만9657가구의 수분양자(입주 예정자)에게 파급을 미치는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입주 의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3년 유예 방안’을 제시한 것은 고무적이다. 아파트 입주일이 다가왔지만 자녀 교육, 자금 마련 등의 이유로 실거주하지 못하는 수분양자의 피 말리는 상황이 해소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초 부동산 규제 완화책으로 청약 당첨자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갭투자를 부추길 수 있다”는 거대 야당의 반대에 11개월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여야가 남은 산적한 경제·민생 법안 처리에도 속도를 내주길 바란다.
그동안 국회는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이 걸린 ‘달빛철도법’ 등을 통과시키면서도 경제 관련 법안에는 한 치 양보도 없는 강 대 강으로 대치했다. 6조원대 혈세가 투입되는 달빛철도법은 ‘총선용 사업’ ‘철도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도 헌정사상 최다인 261명의 여야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이은주 의원의 사직안 가결도 비례대표직 승계 시한인 오는 30일 전 사퇴해 정의당 의석수 6석과 총선에서 ‘기호 3번’을 지키려는 꼼수에 야합한 결과다. 반면 83만 소상공인을 예비 전과자로 만드는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는 끝내 무산돼 오늘부터 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확대 적용된다. 국가 에너지 안보에 필수인 저준위 방폐물 특별법은 여야가 비슷한 법안을 발의해 놓고도 1년 넘게 결론을 미뤄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30조원대 폴란드 무기 수출이 걸린 수출입은행법 개정안 역시 반년 넘게 표류 중이다.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와 새벽 시간에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비대면 의료 제도화를 포함한 비대면 진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 처리도 감감무소식이다.
오는 4월 총선 일정을 감안한다면 1월 임시국회가 사실상 21대 국회에서 일하는 마지막 회기가 될 것이다. 여야는 극한 정쟁을 멈추고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 전까지 협상력을 최대한 발휘해 산적한 민생법안을 처리해주길 기대한다. ‘역대 최악의 21대 국회’라는 오명을 씻을 마지막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