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바닥난 北 생필품, 폐쇄 경제에서 核에 올인한 필연적 재앙

입력 2024-01-26 17:59
수정 2024-01-27 07:10
가중된 경제난으로 북한의 생필품난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제 노동신문이 크게 보도한 김정은 발언을 보면 평양을 제외한 각 지방에는 기초식품과 생필품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고 있다. 김정은은 “지금 지방경제가 초보적인 조건도 갖추지 못한 매우 한심한 상태”라며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심각한 정치 문제”라고 언급했다.

노동신문이 1면부터 5면까지 김정은의 ‘묘향산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전하면서 붕괴한 배급제와 식량난을 공개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전문가 분석을 종합해보면 평양 밖 민심이 한껏 악화하자 당 간부들에게 책임을 돌리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과 농촌 현대화에 계속 관심을 보이면서 체제 결속을 다지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의도가 무엇이든 생활물자 부족이 극심한 것만은 분명하다. 이전부터 특권계층이 몰려 있는 평양에나 전기·도로 등 각종 인프라와 생활편의가 갖춰져 있을 뿐 평양만 벗어나면 심각할 정도로 낙후돼 있다.

북한의 경제 파탄은 처음도 아니거니와 더 이상 놀랍지도 않은 필연적 재앙이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구조적 모순은 옛 소련과 개방 이전 ‘죽의 장막’ 시절 중국 등에서 예외 없이 드러났다. 더구나 북한은 생필품 생산에 필요한 기본 자재나 전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판에 모든 재원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중하니 일상생활 개선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2005년 식량배급제 정상화 선언, 2009년 이른바 화폐개혁이 제대로 성과를 못 낸 것도 이런 요인 때문이다.

북한이 스스로 치부를 대외적으로 꺼낼 때는 또 다른 노림수가 있다고 봐야 한다. 내부 결속과 희생양 찾기를 넘어 생필품 부족 불만을 바깥으로 돌릴 무모한 추가 도발을 또 감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몇 달 내 치명적 대남 군사행동 가능성이 있다”는 미국 정부의 경고도 그래서 더 주목된다. 여러 시나리오에 우리 정부가 치밀하게 준비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