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담원 전설 쓴 '위대한 쇼캐', 이제는 적이다 [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입력 2024-01-27 07:00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됐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오늘 펼쳐질 젠지 e스포츠와 디플러스 기아의 대결을 이보다 잘 나타낼 수 있는 말은 없어 보인다. 양 팀은 27일 오늘 2024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첫 대결을 벌인다.

디플러스 기아의 전신인 담원 게이밍에서 2020년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우승, LCK 3회 우승 등 ‘전설’을 써 내려간 ‘쇼메이커’ 허수와 ‘캐니언’ 김건부가 적으로 만나게 됐다. 김건부는 2024 시즌을 앞두고 디플 기아에서 젠지로 이적했다. 허수와 함께 디플 기아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그가 친정팀을 상대로 칼을 겨누게 됐다.

두 선수의 인연은 각별하다. 디플 기아의 전신인 담원의 미드 라이너와 정글러 콤비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함께 호흡을 맞췄다. 챌린저스 리그에서 1부 리그 승격, 롤드컵 우승, LCK 쓰리핏 달성 등 굵직한 기록을 세웠다. 다른 선수들이 바뀔 때도 허수와 김건부는 팀을 지키며 디플 기아의 심장으로 불렸다.

하지만 적으로 만난 만큼 더욱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양 선수가 미드와 정글로 오랜 시간 함께한 만큼 서로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어 껄끄러운 상대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파트너와의 합이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양 팀 미드와 정글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봤을 때 젠지의 우위가 점쳐진다. 김건부의 새로운 콤비인 ‘쵸비’ 정지훈의 막강함 때문이다. 정지훈은 2022년 LCK 서머부터 2023년 서머까지 3회 연속 우승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거머쥐기도 했다. 현재까지 지표도 압도적이다. KDA가 9.2, 분당 대미지도 818로 미드 라이너 중 가장 높다.

반면 허수는 올해 데뷔한 신인 정글러 ‘루시드’ 최용혁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최용혁은 김건부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주목받는 루키다. 지난 18일 OK저축은행 브리온과의 경기에서 활약하며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후 KT 롤스터의 ‘표식’ 홍창현을 상대로 다소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불안함을 보였다. 김건부가 KDA 9.6, 킬 관여율 73.5%로 높은 지표를 보유한 반면 최용혁은 KDA 4.9, 킬 관여율 63%에 그치는 아쉬운 지표를 보이고 있다.

양 팀의 정글러가 탱커형 챔피언을 주로 택하는 모습을 보인 만큼 미드 라이너 간 대결이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김건부는 브랜드를 한 번 사용한 것을 제외하면 마오카이 3회, 렐 2회, 세주아니 1회 등 탱커 챔피언을 선호했다. 최용혁 역시 바이 3회, 렐 2회, 마오카이 1회, 세주아니 1회로 탱커 챔피언 비중이 높았다.

반면 정지훈과 허수는 모두 캐리형 챔피언을 주로 선택했다. 다만 정지훈은 물리 대미지 비중이 높은 AD 챔피언을, 허수는 마법 대미지 비중이 높은 AP 챔피언을 선호했다. 정지훈은 이번 시즌 코르키, 탈리야, 트리스타나, 요네, 제이스를 사용했다. 이와 달리 허수는 니코, 사일러스, 신드라, 아칼리, 오리아나, 르블랑, 카사딘을 꺼내들었다.

담원 게이밍(현 디플러스 기아)의 2020년 롤드컵 우승은 LCK 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으로 중국리그 LPL 팀에게 빼앗겼던 우승컵을 되찾아왔기 때문이다. 당시 경기력도 압도적이어서 아직도 역대 최강팀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팀이 ‘2020 담원’이다. 팬들 입장에선 언제나 함께할 것 같았던 김건부와 허수가 적으로 만나 ‘상상만 하던 대결’이 성사된 셈이다. 두 선수의 대결에 글로벌 팬들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