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 클린스만호가 예선전에서 졸전을 거듭하면서 거세진 비난 여론에 대해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선수들을 흔들지 말고 보호해달라"고 호소에 나섰다.
25일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에서 3-3 무승부를 기록하며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이자 대회 우승 후보로 꼽힌 바 있다. 하지만 최약체로 평가됐던 FIFA 랭킹 130위 말레이시아에 후반 들어 골을 내주며 90분간 어려운 경기를 이어갔다.
앞선 요르단과 2차전에서도 졸전 끝에 2-2 무승부에 그친 클린스만호를 향한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상에는 현재까지 이번 경기 결과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예선전을 저렇게 해놓고 사우디전을 이긴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말레이시아 상대로 이게 무슨 짓이냐", "클린스만 좀 나가라" 등 비난을 쏟아냈다. 반면 일부는 "최종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닌데 지금은 우리 선수들을 응원할 때 아니냐", "벌써 선수들 기죽일 필요는 없다" 등 우려를 표했다.
이 가운데 이번 경기에서 손흥민은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3-2 역전을 만드는 페널티킥 골을 넣어 눈길을 끌었다. 이에 경기 최우수선수(MOM) 자격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왔으며, 한국 대표팀 선수들에 대한 비난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손흥민은 "선수들을 보호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다"며 "많은 팬이 온라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조금 선 넘는 발언을 하는데, 옆에서 지켜보기가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이어 "모든 선수는 가족이 있고 친구, 동료가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는 게 마음이 아프다. 축구선수이기 전에 인간이다"라며 "선수들은 (팬들의 원하는 경기력 수준을) 만족시키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선수들을 조금만 더 아껴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경기 결과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라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말레이시아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실망스럽다"면서도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16강에 올라갔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