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민의힘, 위성정당 발기인 모집 개시…민주당 압박

입력 2024-01-26 15:20
수정 2024-01-26 17:57

국민의힘이 위성정당 창당 절차를 본격 개시했다. 이르면 다음주 당명을 확정하고 정식 등록해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병립형 회귀와 준연동형 유지를 놓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결정을 압박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여당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날부터 위성 정당 발기인 모집 절차를 개시했다. 선거법상 신당을 창당하기 위해서는 중앙당과 5개 이상의 시·도당을 가져야 한다. 창당 절차를 진행하는 창당준비위원회는 중앙당은 200명 이상, 시·도당의 경우에는 100명 이상의 발기인으로 구성한다. 국민의힘은 우선 당직자 등을 중심으로 2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중앙당 창당준비위원회를 꾸린 후, 다음주 발기인 대회를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시도당 발기인 동의 절차도 들어갈 예정이다.

당명은 아직 미정이지만, '국민의힘'을 연상할 수 있도록 유사한 당명을 정하는 안이 거론된다. '국민의 미래'가 가장 유력한 이름으로 알려졌다. 또 당의 상징색도 붉은색으로 통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이 공식적인 위성정당 창당 절차에 돌입한 것은 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지될 경우를 고려한 차원이다. 여당은 당초 준연동제 도입에 반발해왔고, 꾸준히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주장해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지난 15일 "기본적으로 우리당은 병립형으로 가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고, 한번도 바뀐 적이 없다"며 "그렇지만 민주당이 다수당의 힘으로 지금의 잘못된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라면 우리 당으로서는 당연히 국민의 뜻에 맞는 의원 구성을 하기 위해 플랜B가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필요시 위성정당을 만들어 대응하겠다고 밝힌 셈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선거제나 선거구 획정, 어느 것이든 국민의힘이 수용하면 또 다른 조건을 붙이면서 여기저기 도망만 다닌다"며 "국민의힘은 오래 전 우리 답을 민주당에 전달했다. 지금이라도 민주당은 답을 달라"고 말했다.

병립형은 지역구 의석과 관계 없이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정당별로 의석을 나눈다. 반면 연동형 비례제(준연동형 포함)는 지역구에서 정당 득표율 만큼 의석을 채우지 못하면 비례 대표에서 그만큼 의석수를 채워준다. 지역구 의원을 배출하기 어려운 군소정당은 정당득표율로 의석을 더 얻을 수 있어 유리하지만 거대 정당은 의석수를 잃게 된다. 21대 총선에서 연동형 비례제를 택한 것도 국회의 다양성을 높이자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여야 모두 위성정당을 만들어 총선에 나서면서 '페이퍼 정당'이 난립해 기존 병립형과 큰 차이가 없는 모양새가 됐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준연동제 하에서 거대 정당은 의석수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위성정당을 만드는 수밖엔 없다"며 "이번에는 이낙연, 이준석 신당 등이 만들어져 제3지대 영향력이 더 커졌기 때문에 양당 모두 의석수 지키기가 절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문에 여야 지도부는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도 도입으로 절충안을 마련하는 방안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제안한 권역혈 병립형 비례제는 전국을 3권역(수도권, 중부권, 남부권)으로 나눠 병립형을 적용하되, 비례 의석 47개중 30%(15개)는 소수 정당 몫으로 떼어놓는 안이다.

다만 남은 의석수는 거대 양당이 나눠가질 수 있다. 소수정당을 위한다는 명분을 어느 정도 챙기면서 의석수 손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양측이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고위관계자도 "기존 병립형으로 돌아가자는 게 당 입장이지만,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도 정도라면 합의할 수 있다는 게 지도부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아직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병립형에 무게를 실었지만, 당내에서 정치 개혁 후퇴라는 반발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연동형 비례제 논의를 주도해온 이탄희 의원 등 민주당 의원 80여 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지도부의 병립형 논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의원 등은 "병립형 퇴행은 비례 몇 석을 더 얻으려다 253개 지역구에서 손해 보는 소탐대실"이라며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야합해 병립형으로 돌아가면 민주 진영 분열의 명분을 주는 것으로, 대의명분 없는 약속 대련이라는 프레임으로 공격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거대 양당이 결국 총선 전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도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 제도가 유지되면 의석수를 잃지 않기 위해 결국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의석을 차지할텐데 제도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제 3지대를 견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결국은 선거 전 극적으로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정소람/김종우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