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중학생 제자에게 "인생이 불쌍하다" 등의 폭언을 한 40대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1단독 임진수 판사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교사 A씨(43·여)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4월 18일 오후 2시께 인천 모 중학교 교실에서 제자 B양(14)에게 욕설이 섞인 폭언을 해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교과서를 갖고 오지 않아 혼난 C양(14)이 교실 밖으로 나가자 그의 친구인 B양에게 "학생이 교과서를 안 갖고 (학교에) 오는 게 말이 되냐"고 물었다.
그는 B양이 "온라인 주간이라 교과서를 안 들고 올 수도 있다"고 답하자 "너희 반 애들은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며 "내가 XX 같냐"고 화를 냈다. 이어 A씨는 B양에게 "너는 왜 그렇게 사느냐"며 "인생이 불쌍하다"고 소리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재판에서 "범죄사실 중 일부는 사실과 다르게 과장됐다"며 "C양의 무례한 태도에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B양이 아닌 반 학생 전체에게 말했을 뿐 학대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범행 목적이나 의도가 있을 때만 유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며 A씨 발언을 아동학대로 판단했다. 임 판사는 "피고인은 범죄사실과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당시 상황과 피고인의 감정 상태 등을 고려하면 단순히 일시적으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수준이나 훈계하는 수위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