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님, 올해는 호박전 뺄게요"…설 앞두고 '비상' 걸렸다

입력 2024-01-26 15:19
수정 2024-01-26 15:39

설 연휴가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농산물 값이 치솟고 있다. 명절 대목을 맞아 수요는 급증하는데, 한파와 냉해 등으로 인해 출하량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6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가격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전날 기준 KAPI는 223.92를 기록했다. 집계를 시작한 2013년 1월 이래 최고치다. 특히 호박 가격이 전주 대비 가장 많이 올랐다. kg당 도매 가격은 4388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32%, 한 달 전보다 78.38% 비싸졌다.

한파의 영향이 컸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호박은 정기적으로 내부 환기를 시켜줘야 하는데, 경남 진주·전남 광양 등 산지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환기를 제때 못하는 상황이다. 한 마트 바이어는 “산소 공급 부족, 내부 습도 증가로 인해 호박이 제대로 착과를 못하고 있다”며 “애호박은 명절에 부침개 재료로 많이 사용되는 만큼 시세가 꾸준히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제삿상 대표 과일인 사과도 비싸졌다. 전날 사과의 ㎏당 도매가는 6397원으로 전주 대비 28.89%, 전월 대비 45.34% 올랐다. 사과값 급등은 농가들이 명절을 노리고 출하량을 조절하는 영향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사과는 이미 작년 가을 수확을 마치고 저장해놓은 물량이 유통되는데, 농가들이 제수용 판매 등 높은 시세를 노리고 출하량을 늘리지 않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폭염·폭우로 생산량이 많지 않았던 것도 사과값을 밀어올렸다.



대파와 무 역시 명절 때까지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주산지인 전남 신안, 제주도 등에 최근 폭설이 내리면서 작업에 차질이 생겨서다. 작업은 다음주께 정상화될 예정이지만, 명절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현 시세가 유지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이에 비해 연말연초 모임·회식 때 수요가 증가하는 양상추(-14.92%), 상추(-14.23%) 등은 전주보다 일제히 가격이 내렸다.

농작물 가격이 오르자 마트들은 직소싱 등을 통해 ‘소비자물가 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마트는 호남·영남에 바이어를 파견해 가격이 떨어질 때마다 물량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다음달 1일까지 흙대파를 1봉당 2980원에 할인 판매한다. 정상가보다 40% 저렴하다는 설명이다. 롯데마트는 일반 과일·채소에 비해 크기가 조금 작거나 외관에 흠이 있는 ‘B+급’ 사과와 배를 30% 저렴하게 내놨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