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보다 도시 지역 사람들이 이민자에 덜 관용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민자와 친구관계를 맺는 것보다 직장 상사로 모셔야 할 때, 배타성이 더 짙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연구원 이소현 부연구위원은 26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도시는 과연 관용적인가: 이민자에 대한 도시-농촌 주민의 태도 비교’ 워킹페이퍼를 발간했다. 연구원은 여성가족부의 ‘국민 다문화수용성 조사’ 등을 바탕으로 거주지역별 이민자에 대한 태도 차이 등을 분석했다.
도시(동) 주민들의 이민자와 관계 형성에 대한 불편감 지수는 3.91로 조사됐다. 읍·면에 사는 농촌 지역 주민들(3.49)보다 수치가 더 높았다. 이 지수가 0이면 이민자가 전혀 불편하지 않다는 뜻이고, 10이면 매우 불편하게 여긴다는 의미다.
도시 사람들은 이민자가 나의 직장 상사가 되는 상황에서 불편함 지수가 4.85로 가장 높았다. 반면 ‘자녀가 다문화학생과 같은 반이 될 때’(3.47), ‘이민자가 나의 친구가 될 때’(3.72) 등 상황에선 불편함 정도가 낮아졌다.
읍·면 지역 사람들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나의 직장 상사가 될 때’가 4.34로 불편함 정도가 가장 높았다. ‘자녀가 다문화학생과 같은 반이 될 때’(3.03)와 ‘나의 친구가 될 때’(3.08) 항목에선 수치가 평균을 밑돌았다.
전반적인 다문화 수용성 점수도 도시(5.25)가 농촌(5.36)보다 낮았다. 이 부연구위원은 “다른 문화를 상호 인정하는 정도(다양성)와 다양한 문화를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태도(보편성)는 유사한 수준이었으나, 이민자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려는 의지(관계성)는 농촌 주민이 도시 주민보다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민자로 인한 동네나 국가적 변화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보이는 사람들이 도시에서 더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민자가 많아지면 동네에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거나 동네의 장사가 잘 된다는 인식에 대해선 도시와 농촌 주민 간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동네가 지저분해진다’나 ‘동네가 시끄러워진다’ 등의 인식과 관련해선 유의미한 간극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연구위원은 “향후 이민자에 대한 태도 개선을 위한 정책적 노력은 농촌 주민보다는 도시 주민을 대상으로 이민자 유입이 가져오는 긍정적 변화를 공유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때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