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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유럽 디지털시장법(DMA) 규제에 따라 앱스토어와 인앱결제 시스템을 개방키로 했다. 애플 임원은 "아이폰 유저들에게 최악의 사용자 경험을 안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애플은 25일(현지시간) "오는 3월부터 유럽에서 아이폰 이용자는 애플의 전속 앱스토어가 아닌 다른 플랫폼에서 앱을 다운받을 수 있고, 앱 개발자는 아이폰의 인앱결제가 아닌 다른 결제 수단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며 대대적인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3월부터 유럽연합(EU)에서 빅테크(대형기술 기업)의 폐쇄적인 플랫폼을 전면 개방하도록 한 DMA가 시행되는 데 따른 것이다. 3월 iOS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적용될 예정이다.
애플은 그동안 개인정보보호 등을 이유로 애플스토어에서만 앱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허용했던 방침을 폐기했다. 유럽의 아이폰 이용자들은 앞으로 애플스토어가 아닌 다른 앱스토어에서도 앱을 다운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애플이 앱 다운을 검증(승인)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방침이다. 또한 애플의 결제 시스템(인앱결제)이 아니라 대체 결제 시스템도 제공된다. 앱 개발자들은 가격을 낮추면서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게 됐다. 대체 결제 시스템을 통한 거래는 기본적으로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애플은 인앱결제를 통한 거래 수수료는 기존 15∼30%에서 10∼17%로 낮추기로 했다. 다만 또 다른 명목의 추가 결제 수수료 시스템을 도입했다. 애플의 결제 시스템 이용시 3%의 결제 처리 수수료를 부과하고, 100만번 이상 설치된 앱에 대해서는 설치 건당 0.50유로(725원)의 '핵심 기술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유럽의 DMA에도 불구하고 '애플 생태계' 바깥의 소프트웨어를 상대로 여전히 강한 통제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미"라며 "DMA 시행으로 높은 수수료 없이 자유롭게 앱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앱 개발자들에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애플은 이와 관련해 "유럽 내 99% 이상의 개발자들은 애플에 내는 수수료가 줄어들고, 앱 설치 수수료를 내야 하는 개발자는 전체 1%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 앱스토어를 총괄하는 필 쉴러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애플의 폐쇄적인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깨려는 당국의 규제로 인해 유럽 아이폰 유저들은 사용자 경험을 다른 국가의 유저들만큼 누리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개방된 마켓플레이스에서는 애플이 앱 관련 각종 사기를 식별하고 대응하는 데 더 느려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조치는 우리의 차선책"이라며 "애플은 항상 전 세계 어디에서나 가장 높은 기준을 적용하기를 원하지만, 현지 시장의 법적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