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SUV 타고 '실적 매직'…현대차·기아 "아직 웃을 때 아냐"

입력 2024-01-25 18:32
수정 2024-01-26 02:34
지난해 대한민국 모든 기업을 통틀어 MVP는 단연 현대자동차·기아였다. ‘덩치’와 ‘실속’ 모두 1년 전보다 10% 넘게 불면서 영업이익 기준 국내 1, 2위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삼성전자 등을 제치고 ‘한국에서 가장 돈 잘 버는 회사’ 자리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판매목표를 작년보다 늘려 잡는 동시에 수익성이 좋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하이브리드카 비중을 높여나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제값 받으니 이익률 쑥쑥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각각 421만 대와 308만 대를 팔았다. 합치면 730만 대에 이른다. 2022년(684만 대)보다 6.7% 늘었다. 도요타(1115만 대 추정)와 폭스바겐그룹(923만 대)에 이어 세계 3위 자리를 지켰다.

차가 많이 팔리니 매출도 늘고 수익도 좋아졌다. 지난해 현대차 매출은 162조원으로 전년보다 14.4% 늘었고, 기아(99조원)도 15.3% 증가했다. 영업이익 증가폭은 훨씬 크다. 현대차(15조1000억원)는 54.0%, 기아(11조6000억원)는 60.5%나 늘었다. 합치면 26조7000억원이다.

업계에선 현대차의 브랜드 위상이 높아져 제값을 받고 판매한 비중이 늘어난 덕분으로 해석한다. 여기에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와 SUV, 전기차, 하이브리드카 등 상대적으로 수익성 높은 차종에 힘을 준 것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한다. 자동차업계에선 똑같은 프레임으로 제네시스와 SUV를 만들 때 마진이 일반 세단보다 30~40% 높은 것으로 추정한다.

기아의 지갑을 두툼하게 한 일등공신은 ‘친환경차’였다. 지난해 하이브리드카(39만4000대)와 전기차(18만2000대)로만 57만6000대를 판매했다. 5대 중 1대(19.1%)꼴로 친환경차를 판 셈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해 친환경차 판매량은 127만1000대로 전년보다 27.9% 늘며 처음 100만 대를 돌파했다.

이런 고부가가치 차는 주로 북미와 유럽에서 먹혔다. 현대차는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108만 대, 유럽 시장에서 64만 대를 팔았다. 각각 전년보다 14%, 12% 늘어난 수치다. 기아 판매량도 북미 78만 대, 유럽 57만 대로 각각 13%, 5% 확대됐다. ○시황 악화 준비된 라인업으로 돌파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급 과잉 등의 여파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전기차만 만드는 테슬라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20억6400만달러)이 전년 동기보다 47% 줄어든 게 모든 걸 보여준다. 현대차와 기아도 큰 흐름을 피하지는 못했다. 현대차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3조4078억원)은 전년 동기보다 0.2% 늘어나는 데 그쳤고, 기아(2조4658억원)는 6% 쪼그라들었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은 25일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글로벌 경영 여건이 만만치 않다”며 “여러 나라가 금리 인상 등 긴축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데다 공급망 불안 등 경영 불확실성이 여전한 탓에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판매 목표를 작년보다 높여 잡았다. 현대차는 0.6% 늘어난 424만 대, 기아는 3.6% 많은 320만 대를 팔기로 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올해처럼 하이브리드카와 SUV, 제네시스 등 고수익 차종 중심의 판매 전략을 펼 것”이라며 “전기차 시장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아직 웃을 때는 아니다”고 말했다.

기아는 올해 매출을 1.3% 늘려 101조1000억원으로 ‘매출 100조원’ 시대를 열고, 영업이익은 3.4% 증가한 1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내놨다. 현대차는 올해 투자계획과 관련해 △연구개발(R&D) 4조9000억원 △설비투자 5조6000억원 △전략투자 1조9000억원 등 모두 12조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김재후/빈난새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