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이 25일 서울 한국경제신문빌딩에서 개최한 '2024 한경닷컴 신년 재테크쇼'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값진 갑진년 만들기 프로젝트'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올해 재테크 트렌드에 대한 높은 관심을 증명하듯 25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재테크 관련 전문가가 이날 1부와 2부 강연자로 나서 올해 재테크의 화두를 소개했다. 또한 3부 '행복한 부자가 되는 법'이라는 이색적인 주제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재테크쇼에 참가한 안씨(37)는 "유튜브에서나 볼 수 있던 명사들의 강연을 현장에서 직접 들을 수 있어 뜻깊었다. 재테크 트렌드를 알차게 배워가는 것 같다"며 "구성도 지루하지 않도록 짜여있어 집중이 잘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 투자처는 '미국'...국내 부동산도 주목
1부 강연자로 나선 홍춘옥 프리즘 투자자문 대표이사(사진)는 '2024년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재테크 트렌드'를 주제로 강연하며 올해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로 미국을 꼽았다. 그는 "한국 경제는 보통 세계 경기가 바닥을 찍고 올라올 때 가장 성장해왔다. 하지만 이번엔 그 반등의 수혜는 중국과 홍콩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투자한다면 미국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이유로 미국 중앙은행(Fed)이 조기에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을 꼽았다. 홍 대표는 "금리가 높아도 미국은 경제 성장률이 뒤를 받쳐주고 있다"며 "올해 두세 번 정도 인하할 수 있지만, 소폭에 그쳐 올해 최소 4.7%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미국 대통령 선거를 가장 주시해야 할 변수로 꼽았다. 홍 대표는 "올 10월 미국 대선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기조가 바뀔 수 있다"며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 그 전에 금리 인하를 진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가장 안정적인 투자 상품으로는 전 세계 선진국 지수에 분산투자 하는 MSCI 월드 인덱스와 미국 VNQ ETF"라고 덧붙였다.
홍 대표는 국내 시장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높고 탄력성은 약해 투자 난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올해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 지출이 적은 점이 문제"라며 "결국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이 중요해졌다. 올해 4~5월에 금리 인하를 기대한다. 연말엔 3%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 대해선 "현재 착공률이 최저치"라며 "몇 년 내에 전셋값이 올라가면서 매매 수요가 커질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 부동산에 투자한다면) 올해보다 내년이 좋고, 내년보다 내후년이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증시 역시 작년보다 올해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기업 실적이 좋고 금리가 내려갈 예정이라는 이유에서다.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화장품 분야 투자를 권했다. 불확실성 커진 재계선 '생산성' 주목..."올해 선거 등 변수 많다"
2부에선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사진)이 '2024 시장을 관통하는 트렌드 제대로 보기'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미국과 국내 재계에서 '생산성'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고 직원 80%를 정리해고했다. 처음엔 폭군이라고 비판받았지만, 회사는 효율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빅 테크 기업은 직원 수를 꾸준히 늘려왔다. 하지만 아마존, 메타 등은 매출 증가율이 오히려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재계에서도 생산성 이슈가 이미 중요한 화두가 됐다고 봤다. 그는 "주요 10대 국내 기업의 사장 및 임원 인사에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세대교체, 기술인재 우대, 성과주의 강화, 다양성 기조 확대, 임원 축소 등 5가지"라며 "공통적인 속뜻은 결국 '능력'과 '평가'다.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성과 자체가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 생산성 이슈가 실제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거나, 강한 리더십이 부각되는 계기가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뉴 머니'에서 '올드 머니'로 관심사가 옮겨가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뉴 머니란 자신이 직접 번 돈을 의미하고 올드 머니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부를 뜻한다. 김 소장은 "지금은 엄밀히 뉴머니의 시대지만, 10대와 20대 사이에서 올드 머니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황"이라며 "물려받은 돈으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에 더 주목하는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그가 꼽은 대표적인 올드 머니 트렌드는 '콰이어트 럭셔리'다. 즉, 돈 자랑하는 졸부가 아니라 조용하게 럭셔리를 보여주는 것에 대중은 열광한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다. 김 소장은 "재벌들에게 돈 자랑은 별 의미가 없다"며 "이부진 사장은 자신의 부를 굳이 남에게 알리지 않으면서도 옷 등 패션이 수수하다"고 전했다. 이밖에 또 다른 올드 머니 트렌드인 위스키 문화를 비롯해 아트페어, 각방 문화, 수산물 불신 문화, 세컨드 하우스 등 올해 트렌드로 소개됐다.
김 소장은 트렌드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렌드 자체를 외우기보다 그 배경과 실체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며 "올해 대선과 총선이 예정된 나라가 40여개다. 선거의 해인 만큼 변수가 많아 트렌드는 계속 바뀌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행복한 부자가 되기 전에 '행복한 사람'부터 되자"
김민식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사진)는 3부 강연자로 나서며 '흔들리지 않는 행복한 부자 되는 방법'에 대해 강연했다. 그는 "부자와 별개로 우선 일반적인 삶의 만족도를 측정해야 한다"며 "만약 지금 행복하지 않다면 나중에 부자가 되어도 행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경제학자 폴 사무엘슨이 만든 행복에 대한 수식도 소개했다. 수식에 따르면 행복은 소비를 욕망으로 나눈 값이다. 김 교수는 "좋은 차, 넓은 아파트 등 소비가 커질수록 욕망도 커진다. 두 요소가 같이 증가하면 행복 그 자체는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며 "결국 마음을 비우는 것이 정답"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성공하려면 정보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하향적'인 정보 메커니즘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정보의 메커니즘은 △ 의지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상향식 △ 집중해서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하향식 △ 반복적인 습관에 의한 수용으로 나눠진다"며 "정보를 하향식으로 습득하려고 노력해야 성공에 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성공에 다가가려면 문제를 찾으라고 조언했다. 그는 "가장 큰 문제는 문제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것"이라며 "일부러 사고를 치라는 뜻이 아니다. 수시로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나중에 좋지 않은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당부했다.
또한 자기 통제력은 키우고, 과도한 자기 확신은 경계하라고도 조언했다. 김 교수는 "구체적인 시간표를 만들어 일의 우선순위를 잘 정해야 한다"며 "자기 생각이 어느 한쪽에 갇혀 있지 않도록 항상 자기 생각도 항상 의심해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