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올렸는데 왜 이렇게 잘 팔려"…美 기업 '행복한 비명'

입력 2024-01-24 15:25
수정 2024-01-2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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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용품 대장주’ 프록터앤드갬블(P&G)이 2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4% 넘게 급등 마감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예상 밖의 강력한 소비 수요가 나타나 이익률이 개선되면서다.

P&G는 이날 2024회계연도(2023년 7월~2024년 6월 30일) 2분기 순매출액이 전년 동기(208억달러) 대비 3.2% 증가한 214억4100만달러(약 28조7000억원)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월가 추정치(214억8000만달러)에는 소폭 못 미쳤지만, 뷰티·그루밍·헬스케어·홈케어 등 전 사업 부문에서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 기간 제품 가격이 4%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에서의 판매량이 각각 4%, 3% 늘었다. 안드레 슐텐 P&G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북미에서 특히 타이드 세제, 바운티 키친타월, 크레스트 치약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으며, 향후 섬유 강화제 등의 매출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회성 비용을 제거한 핵심 주당순이익(EPS)은 1.84달러로, 1년 전(1.59달러) 대비 16% 뛰었다. 시장 전망치(1.7달러)도 웃돌았다.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생산 비용이 절감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P&G는 올해 조정 수익 전망치를 주당 6.37~6.43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망치는 6.41달러다. 존 모엘러 P&G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2분기 강력한 실적을 달성하면서 이익 성장 가이던스(목표치)를 높일 수 있었다”며 “지금은 혁신적 투자를 줄일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P&G 주가는 전장 대비 4.12%(6.1달러) 오른 153.98달러에 장을 닫았다. 장중에는 5.8%까지 상승 폭을 키우기도 했다. 2020년 3월 이후 주가가 가장 크게 뛴 날이었다.

다만 남은 2개 분기 동안에는 실적이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인 중국의 소비 심리가 반등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번 분기 중국 매출은 15%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8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기 시작한 후 중국 시장에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일어나면서 일본 화장품 브랜드 SK-II 판매량이 34% 대폭 감소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