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이는 폴라리스쉬핑 M&A… HMM 출자 철회에 우리PE '초비상'

입력 2024-01-24 15:57
이 기사는 01월 24일 15:5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중견 벌크선사 폴라리스쉬핑 매각 작업이 삐걱이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우리프라이빗에쿼티(PE)가 인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다. 폴라리스쉬핑 자체도 사법 리스크의 늪에 빠지면서 딜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MM은 우리PE가 폴라리스쉬핑 인수를 위해 결성한 프로젝트펀드에 출자자(LP)로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초 HMM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우리PE가 조성하는 프로젝트펀드에 각각 600억원, 400억원을 출자할 계획이었다. 전체 펀드 규모의 약 20%를 HMM과 해진공이 맡았다.

하지만 HMM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고심 끝에 폴라리스쉬핑 인수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출자 계획을 접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폴라리스쉬핑의 불안한 경영 상황 때문이다. 2017년 발생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로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의 주요 경영진과 임직원은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엔 업무상과실치사와 업무상과실선박매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완중 폴라리스쉬핑 대표가 금고 5년형을 구형받기도 했다.

폴라리스쉬핑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과와 관련해 해양 심판도 받고 있다. 특별 행정심판인 해양 심판은 선박사고 원인을 직권 조사하고, 선사나 해기사 등의 과실이 확인되면 시정명령·자격정지 등의 처분을 내린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경영진 재판과 해양심판 결과에 따라 폴라리스쉬핑은 영업정지 처분까지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HMM 매각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라는 점도 산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IB업계 관계자는 "HMM의 주인이 바뀌는 와중에 보유 현금을 산은이 쓰겠다고 결정을 내리는 것도 적잖이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산은은 이 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펀드 출자 계획을 접은 것으로 전해진다. 해진공은 출자 진행 여부 아직 결정하지 못했으나 내부에선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자금 조달 계획이 틀어진 우리PE는 비상이 걸렸다. 산은과 해진공이 폴라리스쉬핑의 경영 상황이 불안하다고 판단해 출자를 접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당장 펀드에 1000억원을 투입할 새로운 출자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금융지주 내부에서도 계속 구설에 오르는 이번 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2004년 설립된 폴라리스쉬핑은 원자재와 건화물을 전문으로 수송하는 화물전용 벌크선사다. 브라질과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캔 철광석·석탄 등 벌크화물을 한국과 중국 등으로 운송한다. 폴라리스쉬핑은 지난해 초부터 라자드코리아를 매각 주관사로 선임하고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폴라에너지앤마린이 들고 있는 지분 80.52%를 비롯해 NH PE-이니어스PE 지분 13.62%, 김완중·한희승 공동대표 지분 등 폴라리스쉬핑 지분 100%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