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아프니까 오렌지 좀 까줘"…갈비탕집 등장한 '진상' 손님

입력 2024-01-24 14:32
수정 2024-01-24 14:39

아르바이트생에게 오렌지 껍질을 벗겨달라고 요구한 50대 여성의 이야기에 많은 누리꾼이 공분하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식당에서 오렌지 껍질 까달라는 손님'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쓴이 A 씨는 중간 규모의 식당에서 일하고 있다면서 저녁 무렵 '이상한 손님'을 만났다고 떠올렸다.

50대로 추정되는 여성 손님 B 씨는 갈비탕 한 그릇을 주문해 식사했다. 그는 빈 테이블을 청소하고 있는 A 씨를 불렀고, A 씨는 "뭐 필요한 거 드릴까요"라고 물었다.

B 씨는 "식당에 오기 전에 산 오렌지를 입가심으로 먹고 싶은데 식당 내에서 먹어도 되냐?"고 물었다.

A 씨는 사장에게 물은 뒤 B 씨에게 "드셔도 된다"고 이야기하고 다시 테이블 정리를 했다.

B 씨는 다시 A 씨를 부르더니 "오렌지 껍질이 잘 안 벗겨지고 손가락도 아프다"며 "껍질을 까면 손톱이 망가질 것 같다"면서 오렌지 껍질을 벗겨 달라고 부탁했다.

A 씨는 당황스러움을 숨기고 오렌지 껍질을 벗겨 B 씨에게 건넸다.

10분 뒤 B 씨는 "좀 전에 먹은 오렌지가 어찌나 맛이 달고 좋은지 하나만 더 까달라"고 했다.

A 씨는 청소, 서빙 등 업무 중이라 "죄송하다"고 사과했다고. B 씨는 "그래요? 그럼 어쩔 수 없지. 알았으니 일 보세요"라고 했다.

집에 돌아온 A 씨는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서비스직은 손님이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줘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일을 계속해야 할까"라며 고민했다.

누리꾼들은 "저런 사람들 때문에 기성세대가 욕을 먹는 것", "그렇게 맛있었으면 아르바이트생에게 오렌지 하나라도 건넸어야지", "세상에 별별 사람들이 다 있다", "진상은 자기가 진상인 줄 모를 듯", "한번은 그럴 수 있다 쳐도 두 번은 손님이 실례한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알바천국'이 알바생 76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9명(89.9%)이 아르바이트 근무 중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가장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으로 '진상 손님 응대(39.4%)'를 꼽았다.

경험해본 갑질 유형으로는 '알바생을 무시하는 인격 무시형(52.0%, 복수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근소한 차이로 '반말형(51.2%)'이 2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매뉴얼을 무시하는 막무가내형(48.0%) ▲정확한 요구사항을 말하지 않는 스무고개형(37.8%) ▲과도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갑질왕형(26.7%) ▲분노 조절 못하는 화풀이형(26.3%) 등이 꼽혔다.

갑질을 경험한 알바생 10명 중 7명(72.2%)은 이로 인한 알바 퇴사 혹은 이직을 고려했다. 이들 중 갑질로 인해 실제 근무 중이던 알바를 그만두거나 다른 곳으로 옮겼다는 답변도 32.4%에 달했다. 실제 갑질로 퇴사 혹은 이직을 한 알바생들은 다음 아르바이트를 구직 시 급여, 복지 등 보다 ‘손님 대면이 적은 업무 및 업종(33.6%)’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고 답했다. 대면 업종 근무 기피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