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 공급, 계약금 100% 환불…대구 '미분양 무덤' 탈출 총력

입력 2024-01-23 18:05
수정 2024-04-02 17:11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할인 분양에 이어 입주 때 계약금 100% 환불 조건까지 등장했다. 건설회사가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계약률 높이기에 나서고 있다.

23일 대구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동구 효목동에 오는 7월 준공 예정인 동대구푸르지오브리센트(794가구)는 계약자를 모집하기 위해 중도금 무이자 혜택과 함께 4000만원을 돌려준다는 조건을 내걸기도 했었다. 수성구 수성4가의 고급아파트인 빌리브헤리티지(146가구)는 지난해 8월 입주를 시작했으나 계약률이 저조해 분양가의 11~13%를 할인하고 있다.

환불보장제를 도입한 단지도 눈에 띈다. 달서구 본동에 조성 중인 달서롯데캐슬(481가구)과 북구 칠성동 빌리브루센트(258가구)는 납부한 계약금에 대해 연 5%에 달하는 이자를 지원하고, 입주 전 계약을 취소하면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달서구 본동에 공급되는 빌리브라디체(520가구)도 입주 시점에 계약 해지와 계약금 환불 조건을 달았다.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 중도금 무이자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단지가 대구에서 모두 2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의 주택 미분양 물량은 작년 11월 기준 1만328가구로, 전국 전체의 17.8%를 차지한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1016가구로, 2022년 말(281가구)보다 3.6배 늘어났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대구시가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허가를 보류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지난해 1년 동안 단 34가구만 공급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전용 85㎡ 이하 지방 미분양 주택(취득가격 6억원 이하)을 매입할 때 향후 2년 동안 한시적으로 주택 수에서 제외해 세금 혜택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작년과 올해 입주 물량이 적지 않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대구에서 공급 과잉 리스크가 해소될 때까지 4~5년이 소요됐다”며 “정부의 미분양 해소 대책이 효과를 내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