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 꼼수' 막는다…전환가 30% 내리려면 주주 동의 필요

입력 2024-01-23 18:12
수정 2024-01-24 00:31
▶마켓인사이트 1월 23일 오후 12시 5분

전환사채(CB) 규제망이 더욱 촘촘해진다. 콜옵션(CB를 되살 수 있는 권리) 공시가 강화되고, CB 전환가액도 경영진이 함부로 깎을 수 없게 된다. 주가 조작 세력 등이 CB를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금융위원회는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CB는 주식으로 바꿀 권리가 부여된 채권으로, 중소기업이 비교적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으로 꼽혔다. 하지만 일부 대주주나 투기 세력이 CB 콜옵션과 CB의 주식 전환 가격을 조정하는 ‘리픽싱’ 등을 악용해 부당한 이득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금융위는 이를 막기 위해 CB 콜옵션 행사자 지정과 관련한 공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종전까지는 기업들이 CB 발행 과정에서 콜옵션 행사자에 대해 ‘회사 또는 회사가 지정하는 자’로만 모호하게 공시했다. 앞으로는 CB 콜옵션 행사자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또 기업이 최대주주나 외부 인사에게 콜옵션을 넘길 때 어떤 대가를 받았는지의 정보도 공시하도록 했다. 대주주 등에게 콜옵션을 무상이나 헐값으로 넘겨 부당한 이득을 제공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CB 리픽싱 규정도 강화한다. 앞으로는 리픽싱 과정에서 CB 전환 가격을 30% 이상 깎으려면 반드시 주주총회를 거쳐 주주 동의를 구해야 한다. 현행 규정으로는 일부 기업이 정관을 근거로 CB 전환가를 30% 이상 깎을 수 있다. 하지만 CB 전환가를 크게 낮추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소액주주의 피해가 불거지자 관련 규정을 손질하기로 한 것이다.

금융위는 개선안 가운데 하위 규정을 고쳐 도입할 수 있는 건은 올 상반기에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입법 노력을 지속할 방침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CB가 더 이상 대주주의 편법적 사익 추구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대응하겠다”며 “CB와 연계된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에 따라 일벌백계하겠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