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인도에서 한국의 인기 예능과 드라마를 시청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스마트TV 보급률이 낮은 데다 현지어 서비스도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인도 시청자들은 현지어로 된 콘텐츠를 공짜로도 볼 수 있다. 대신 1분 광고만 보면 된다. LG전자 등 TV 제조사가 무료 콘텐츠 제공 서비스를 확대한 덕분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지난해 9월 말 인도에서 아홉 개 채널로 내놓은 ‘LG채널’ 서비스가 출시 100일 만에 채널 28개를 돌파했다. LG채널은 ‘웹OS’가 장착된 스마트TV에서 광고를 본 시청자에게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대신 그 대가로 광고 매출을 올린다. 인도 시장을 먼저 공략한 삼성전자의 ‘삼성TV플러스’가 100개 채널을 달성하는 데 2년 넘게 걸린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다. LG전자는 연내 100개 채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디어 콘텐츠 사업은 LG전자가 강화하는 분야 중 하나다. TV를 콘텐츠 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것이 LG전자의 전략이다. 2015년 출시해 현재 총 27개국에 3000개 이상의 채널을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는 5000만 명을 넘어섰다. TV 사업 침체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 회사의 주요 먹거리로 자리 잡은 것이다.
LG전자는 ‘공짜 채널’을 무기로 인도의 안방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14억 명 인구의 인도는 공용어만 22개에 이른다. 중산층 이하 인구가 대부분이면서도 교육열이 높은 게 특징이다. LG전자는 이 같은 현지 사정을 고려해 엔터테인먼트 채널뿐 아니라 키즈 대상 채널을 늘리는 전략을 구사했다.
인도에서의 빠른 성장은 중남미 국가에서 거둔 성공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LG전자는 2019년 멕시코 브라질 등에서 먼저 LG채널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지 맞춤형 전략으로 채널을 각각 174개, 235개까지 늘렸다. 지난해엔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콜롬비아 등 4개국으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이에 따라 LG채널은 LG전자의 주요 매출원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타깃으로 삼고 있는 시장 규모는 올해 90억달러(약 12조원)에서 2027년까지 매년 9%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LG채널 같은 웹OS 플랫폼 사업에서 2025년까지 조 단위 매출을 낸다는 계획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해 “LG채널의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5년간 1조원 넘게 투자해 질적 성장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박의명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