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운 경기 침체 직격탄을 맞은 덴마크 해운회사 머스크가 ‘홍해 물류대란’으로 한 달 새 주가가 8% 상승했다. 최근 주가 반등에도 불구하고 머스크 주가는 여전히 1년 전보다 13%가량 낮은 수준이다. 홍해 사태 장기화로 컨테이너선 운임이 급등해 코로나19 팬데믹 호황 수준의 실적 개선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머스크 주가는 23일 덴마크 증시에서 전날보다 2.09% 상승한 1만3165덴마크크로네에 거래됐다. 월가에선 향후 3개월 머스크 목표주가를 지금보다 5.3% 낮은 1만2460크로네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머스크 실적이 글로벌 해운 경기 침체로 지난해보다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월가는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머스크 매출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0.2% 하락한 114억3000만달러(약 15조2500억원), 19% 하락한 117억5000만달러로 예상했다.
지난해 글로벌 해운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물류대란으로 호황을 맞은 뒤 다시 침체에 빠졌다. 2022년 초 국제 배송량은 폭증했지만 항만 노동력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중국 상하이 등지 항만이 컨테이너선으로 가득 찼다. 이 같은 병목 현상이 컨테이너선 운임과 머스크 주가를 끌어올렸다. 당시 SCFI는 역대 최고치인 5109.6을 기록했다. 머스크 주가는 2020년 3월 5800크로네에서 2022년 1월 2만4020크로네로 네 배 이상 올랐다.
하지만 물류 수요를 맞추려고 급격하게 늘린 화물선은 오히려 독이 됐다. 지난해 11월 빈센트 클레르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여름 이후 대부분 지역에서 과잉 생산으로 가격이 하락했다”며 전체 직원의 약 9%에 해당하는 1만 명 규모의 감원 조치를 발표했다.
그럼에도 애널리스트 절반(50%)은 머스크 주식을 보유하라는 의견이다. 홍해 물류난이 장기화할 경우 팬데믹 호황을 재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머스크 투자 의견을 ‘보류’에서 ‘매수’로 조정하며 “해운 경기 침체가 올해 3분기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상선을 거듭 공격하자 우회로를 택하는 선박이 늘어 운임이 다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19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1일보다 121% 상승한 2239.61로 집계됐다. 물류회사 OL USA의 앨런 베어 최고경영자(CEO)는 “현재보다 더 높은 운임이 3~6개월 지속된다면 업계 수익은 2022년 수준에 접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