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실시간 날씨, 도로 상황을 확인한 후 적절한 교통수단을 예약해준다. 출근 준비를 마칠 때쯤 집 앞에 자율주행 택시(로보택시)가 도착한다. 감기 기운이 느껴져도 걱정 없다. 차 안에서 웨어러블 기기로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어서다. 약은 드론이 회사 앞으로 배송해준다. 2027년께 AI 기술을 토대로 조성한 ‘스마트시티’에서 일어날 일상이다. 생활 속 AI, 도시 풍경 바꾼다23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2027년 부산에 한국 첫 스마트시티가 조성될 전망이다. 스마트시티는 AI,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혁신 신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일명 ‘지능형 도시’로 통한다. 자율주행, 원격진료, 스마트 교육, 드론 배송 등 도시 편의 서비스를 종합 구현하는 게 핵심이다. 기술 발전에 따라 도시 기능을 진화시켜 생활 편의,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취지다.
이곳은 그동안 보고 겪은 도시 생활과는 천지 차이다. AI로 도시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모든 영역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 활용하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도시 곳곳에 카메라, 센서, 안면 인식 AI 등을 설치해놓고 데이터로 통합 관리하는 식이다. 상업·업무·주거·문화 시설 곳곳에 AI 기술이 심어져 있는 셈이다. 여기에 빅데이터, 클라우드, 자율주행, 로봇,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사이버보안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을 적용한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모빌리티 영역에서 나타난다. 스마트시티는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이동이 가능한 모빌리티 혁신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도시 내 모든 차량이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것은 기본이다. 모든 차량의 주행 경로와 주차 현황을 실시간으로 관제한다. 차량이 주차장에 들어서는 순간 스마트폰 화면에 주차 가능한 공간을 띄워주는 것도 가능하다.
생활 공간 이용 행태도 달라진다. AI로 스마트홈 케어, 실내 환경 관리, 맞춤형 의료 서비스, 응급 지원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 길거리 쓰레기통 하나에도 센서와 통신 기능이 붙는다. 스마트시티 분야 전문가인 유인상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는 “AI가 생활 깊숙이 파고들어 더 편리한 일상을 만들어주는 게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첨단 기술 총망라…동맹은 필수
이런 드라마 같은 일상이 2027년 부산, 2028년 세종에서 실현된다. 정부는 2021년부터 세종과 부산에서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세종 합강리 274만1000㎡ 부지와 부산 강서구 277만6860㎡ 일대가 대상이다. 정부는 세종에 3조1000억원, 부산엔 5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스마트시티를 조성하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국가 차원에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실현 가능한 과제로 꼽힌다.
첨단 기술력을 두루 갖춘 기업의 협업도 필수다. 스마트시티는 AI와 각종 IT 신기술이 어우러져야 하기 때문이다. 세종은 LG CNS, LG유플러스,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등이, 부산은 LG CNS, 신한은행, 현대건설 등이 컨소시엄을 꾸려 참여 중이다.
김태상 LG CNS 공공·스마트시티센터장은 “스마트시티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융합하면서 관련 기술은 개인 맞춤형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상상하지 못한 형태의 다양한 도시 서비스가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에선 스마트시티 기술을 수출하려고 힘을 쏟는 분위기다. 세계적으로 스마트시티 구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다. ‘동맹’을 꾸려 이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이 많다. CJ올리브네트웍스, 네이버클라우드, 네이버랩스는 지난해 11월 스마트시티 사업 발굴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네이버는 중동을 시작으로 글로벌 클라우드 기반 스마트시티 구축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프루도어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시티 시장 규모는 지난해 8800억달러(약 1178조원)에서 2032년 6조7820억달러(약 9081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