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태영, 루나엑스CC 매각 추진…가격 따라 한투 손실 갈려

입력 2024-01-24 07:51
수정 2024-01-24 19:32
이 기사는 01월 24일 07:5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태영건설이 경주 골프장 루나엑스CC 매각을 추진한다. 매각가격에 따라 담보권자인 한국투자증권의 손실 규모가 결정되는 딜이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삼일PwC를 루나엑스CC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인수의향서(LOI) 제출 안내서’를 잠재 매수자들에게 송부했다. 티저레터를 배포하기 전에 잠재 수요를 확인해보는 단계에 해당한다. 태영건설은 골프장 담보를 잡고 있는 한국투자증권, 채권단의 동의를 구해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루나엑스CC는 경북 경주에 위치한 골프장이다. 전체 24홀로 2021년 지어졌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6홀씩 4개 코스인 골프장에 해당한다. 태영건설이 100%를 보유하고 있고 그룹 계열사인 블루원이 운영을 맡았다. 운영권을 가진 블루원의 책임 임대차 계약 기한은 2026년 10월까지다.

이 골프장은 한국투자증권이 태영건설과 공동으로 조성한 펀드의 담보로 잡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3월 태영건설의 유동성 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총 28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선순위 출자자로 참여해 2000억원, 태영건설은 후순위로 800억원을 댔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특수목적법인(SPC) ‘프로젝트티와이’는 태영건설의 보증채무 사업장에 투입됐다.

한국투자증권은 골프장 매각 가격에 따라 단기적인 손실 규모가 결정된다. 선순위 출자 금액인 2000억원에 가까운 금액에 매각해야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셈이다. 태영건설과 공동으로 투자한 채권도 있으나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돌입한 만큼 회수 후 부실채권(NPL)으로 넘겨도 큰 금액을 보전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 태영건설의 부실 사업장에 쓰여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단 점도 꼽힌다.

태영건설과 한국투자증권은 홀당 60억원 수준인 약 1400억~1500억원을 희망매각가격(Asking price)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IB 업계에서는 “실제 가치보다 한국투자증권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금액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태영과 한국증권은 제값을 받지 못하면 매각을 철회할 수 있단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에 위치해 있고 특이한 코스 구성을 갖고 있어 제값을 받기 어렵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6홀씩 4개 코스인 24홀과 일반적인 골프장간 가치 괴리가 있어서다. 인근에 블루원 매각 자산인 상주CC는 홀당 50억원 안팎의 가치로 책정됐다. 이를 토대로 보면 태영과 한국증권이 1200억원만 받을 수 있단 계산이 나온다.

운영권을 계열사 블루원이 갖고 있어 전략적 투자자(SI)를 찾기 어렵단 점도 딜의 난이도를 높이고 있다. 태영과 한국증권은 매각 가격을 높이기 위해 블루원으로부터 운영권을 받아 이번에 운영권과 함께 매각하는 것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골프장 자산만 떼어 팔기보다 운영권까지 매각해야 SI를 유치하기 쉬운 측면이 있어서다. 기존 계약 요건에 따라 해지 위약금을 지불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한 부동산 IB 업계 관계자는 “지방에 있는 골프장은 가격이 거의 설정돼 있지 않아 가치를 알기 어렵다”며 “매도인이 언제든 철수할 수 있다고 해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