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이 이슈이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와 관련 분쟁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가 법제화되면서 직장 문화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상전으로 군림하며 폭언, 강요를 하거나 끼리끼리 뭉쳐 남을 따돌리거나 '라떼("나 때는 말이야")'를 반복하며 인내만을 강조하는 등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언행들이 여전히 많이 있다. 직장인의 75% 정도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겪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을 정도이니 그만큼 주위에 만연해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과잉대응, 과잉신고 현상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개인들간의 사적인 갈등, 선배의 정당한 훈육 등에 대해서도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되거나 본인이 비위행위 등으로 조사를 받게 되는 상황에서 상급자나 조사자들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는 '방탄신고'가 그 예인데, 직장 내 괴롭힘 제도의 부작용이다.
회사로서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있거나 이를 인지하게 되면, 신속히 조사를 해야 하고, 판단을 해야 한다. 회사가 머뭇거리다가 노동청에 진정이 접수되면 통상 노동청은 적의 조사에서 조치하라는 개선지도를 하게 되므로 어차피 회사는 조사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조사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상정해 볼 수 있는 몇 가지 실무상 이슈를 살펴본다. 사규에 특별한 내용이 없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먼저, 신고인과 피신고인에 대한 조치이다. 실무상 ‘분리조치’라는 용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근로기준법은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기간 동안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피해근로자등)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해당 피해근로자등에 대하여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실무적으로는 신고인에 대한 유급휴가 명령, 재택근무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종종 신고인이 유급휴가나 재택근무는 거부하고 출근하겠다고 하면서 피신고인의 근무장소를 변경해 달라고 하거나 피신고인의 업무배제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회사가 위와 같은 조치를 제안하였음에도 신고인이 이를 거절하였다면 위와 같은 무리한 요구에 모두 응할 의무는 없다. 법문상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부분을 신고인이 해 달라는 대로 다 해줘야 한다고 읽을 수는 없고, 아직 조사 중인 상황에서 피신고인에게 함부로 근무장소 변경이나 업무배제를 하는 것도 나중에 부당한 인사조치로 평가될 수도 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있었다고 피신고인을 무인도로 보낼 수는 없는 것이다. 업무적으로는 조사가 끝날 때까지 잠정적으로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신고인이 출근을 하겠다고 한 이상 피신고인을 마주치거나 반드시 필요한 업무를 하는 것은 불가피하고, 이것을 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
다음으로, 신고인 겸 피신고인(피해자 겸 가해자)이 되는 경우이고, 실무상 빈번하게 발생한다. 실제로 신고를 할 만한 일을 당하고, 신고를 당할 만한 일도 한 경우도 있지만,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되어 조사를 받거나 받게 될 것 같은 상황, 또는 인사조치를 받게 될 상황에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이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해 놓으면 건드리지 못한다고 생각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 규정은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못한다는 의미이지, 일단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의 지위를 득하였다고 하여 어떠한 인사조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위 규정을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유일한 형사처벌 대상이다), 실무자로서는 신고인 겸 피신고인을 대상으로 피신고된 행위에 대하여 조사를 하는 것은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래도 회사로서는 조사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때에는 신고 건과 피신고 건을 엄격히 분리하여 진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예를 들어 한번의 인터뷰에서 신고 건과 피신고 건을 한꺼번에 조사하기보다는 절차를 분리하여 두 번의 인터뷰를 하고, 조사 시에도 어떤 건으로 조사를 하는지 명확히 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조사를 담당하는 부서를 분리하거나 서로 다른 외부기관에 의뢰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와 관련하여 전환배치가 필요한 경우 직장 내 괴롭힘 신고로 인한 불이익조치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으므로, 가급적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마친 후 실시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고, 정말 부득이한 경우라면 객관적으로 업무상필요가 있음을 명확히 밝히고, 전환배치를 실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때 통상적으로 이루어지던 전환배치와 다르지 않다면, 문제가 될 가능성이 낮을 수 있으나, 많이 다르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로 인한 불이익이라는 오해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은 사안에 따라 근로감독의 계기가 될 수 있고, 산재신청 및 민사상 손해배상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회사의 조치에 따라 형사처벌이나 과태료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에 회사로서는 법률분쟁 상황에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으므로 조사 개시 시점부터 여러가지 실무상 이슈사항에 대하여 정확히 알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