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2년 넘게 공 들이더니…日 소니, 합병 철회한 이유

입력 2024-01-23 13:39
수정 2024-01-23 14:23

일본 소니그룹이 인도 미디어 시장 공략을 위해 2년 넘게 추진했던 현지 기업 지 엔터테인먼트(Zee Entertainment)와의 합병을 철회했다. 소니가 게임·음악·영화 등 엔터테인먼트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14억 인구를 보유한 인도 시장을 공략하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 CNN 니혼게이자이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소니그룹은 이날 지 엔터테인먼트에 합병 계약 해지를 공식 통보했다. 소니그룹은 넷플릭스·아마존 등 글로벌 스트리밍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2021년 지 엔터테인먼트와의 합병 계약을 맺었다. 기업가치가 1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말 예정된 기한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막판에 잡음을 드러냈다.

소니는 서한에서 “합병 이행할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합병 무산이 연결 재무 실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족되지 않은 조건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언론 보도에 따르면 두 회사는 새 미디어 기업을 누가 이끌지를 두고 충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 엔터테인먼트는 합병 회사의 리더를 푸닛 고엔카 최고경영자(CEO)로 제안했지만, 소니는 그가 인도 시장 규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동의하지 않았다. 고엔카 CEO는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지 엔터테인먼트는 해지 서한을 받았음을 밝히면서 “가능한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소니가 합병 조건 위반을 이유로 9000만달러의 해지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 엔터테인먼트는 해지 수수료에 대한 소니의 주장을 받아들일수 없다는 입장이다.

소니가 협상 종료 움직임은 인도의 미디어 재벌 무케시 암바니가 이끄는 릴라이언스와 미국 월트 디즈니의 미디어 사업 합병을 논의하는 시점에서 나왔다.

오는 2월 릴라이언스와 디즈니의 현지법인 합병이 마무리 되는데, 소니와 지 엔터테인먼트 합병은 이를 대적할 상대로 꼽혔다. 디즈니와 릴라이언스 합병이 완료되면 미국 기업이 인도에서 영향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100개가 넘는 TV 채널과 2개의 스트리밍 플랫폼을 보유한 거대 기업이 탄생할 전망이다.

한편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고 시장이 비교적 자유로우며 영어권에 속하는 인도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이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 정부는 인도가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시장 세계 5위에서 조만간 3위에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