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의 '65세 이상 지하철 무상 이용 폐지' 공약에 반발한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을 향해 "이런 게 정말 꼰대들의 막말"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김 회장이 '이준석이 결혼 안 하고 애 안 키워봐서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주장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 교수는 23일 페이스북에 "(김 회장의 주장대로라면) 자식 없는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세상 물정 모르겠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런 논리라면 인생의 모든 경험을 안 해본 모든 사람은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들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김 회장의 발언은) 비혼주의자, 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 불임인 분들, 동성애자 등 많은 사람에게 모멸적이고 차별적인 이야기"라며 "바보들은 꼭 당해봐야 알고, 현명한 사람들은 간접경험과 사유로도 배운다"고 직격했다.
그는 "이분이 화를 내는 이유인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는 누가 하든 개혁해야 할 사안"이라며 "내가 베이비 부머 세대이고 내년이면 무임승차의 나이가 된다. 급격하게 무임승차 인구가 늘어나는데, 그걸 다음 세대들에게 계속 전가하란 말이냐"고 반문했다.
끝으로 "무임승차 무조건 폐지도 아닌 개혁신당의 개선안을 읽어 보기나 했냐"면서도 "하지만 나는 이 꼰대 어르신의 '막말할 자유'는 지지한다. 막말했다고 당원들을 징계한다는 정당은 민주국가의 정당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김호일 회장은 전날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준석 위원장이 발표한 '65세 이상 지하철 무상 이용 폐지' 공약을 강력히 규탄했다. 그는 "(이 위원장이) 결혼도 안 하고, 애도 키워보지 않고, 가정 살림도 안 해보고 정치판에서 무위도식하니 세상 물정을 한참 모르는 헛소리를 남발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하철은 장애인도 어린이도 무료로 타는데 노인이 타면 적자가 나는 것인가. 노인이 타지 않더라도 열차는 달려간다"며 "보릿고개 넘기기 어려운 시절을 지나 한강의 기적을 일구고 우리나라를 10대 경제 강국으로 만든 1등 유공자인 노년층에게 혜택을 주지 말자는 건 학대"라고 지적했다.
또 "노인들이 기차를 무임으로 타다 보니 외출을 하게 되고, 집에 있는 며느리는 어른이 나가고 없으니 편안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며 "노인이 집에만 있으면 며느리는 얼마나 불편하겠나. (지하철 무상 이용 폐지는) 며느리의 행복권을 박탈하자는 이야기"라고도 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변화"라며 65세 이상에게 제공되는 지하철 무상 이용 혜택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현행 무상 지하철 혜택을 지적하면서 "2023년 전국 950만 명에 달하는 만 65세 이상 노인층에 월 1만원에 해당하는 연간 12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대안을 내놨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