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검사 시절부터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다만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리고 받는 수직적 관계는 아니었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최근 양측 갈등이 증폭되면서 한 위원장이 독자적인 길을 택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많다.
22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검찰에서 오랜 기간 수사를 함께하며 신뢰를 구축해 왔다. 2006년 대검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윤 대통령)과 연구관(한 위원장)으로 만난 게 대표적이다.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과 외환은행 론스타 매각 사건 등을 함께 수사하며 소위 ‘중수부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2016년 ‘최순실 특검’ 당시에도 특별수사팀에서 합을 맞췄다.
이후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을 요직에 잇따라 기용해 왔다. 한 위원장은 2017년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땐 3차장 검사로, 2019년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당시엔 반부패강력부장으로 발탁돼 특수 수사를 총괄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한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에 취임한 것도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렇다 보니 ‘윤석열 아바타’가 아니냐는 꼬리표가 꾸준히 따라다녔다. 한 위원장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누구에게 맹종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둘 사이를 주종관계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정치권과 법조계의 평가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에게도 필요한 부분은 직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후배이자 파트너로서 함께하다 보니 남다른 관계”라고 평가했다. 법조계 출신의 여권 관계자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검찰에서 잘나가던 시기에만 함께한 것이 아니라 수사의 여파로 좌천되던 시기 등 어려운 파고를 함께 넘어왔다”며 “오해가 쌓였더라도 예상처럼 그렇게 쉽게 갈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돌아오기 힘든 강을 건넜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고위 검찰 출신 법조인은 “한번 뒤를 돌아보면 미련을 갖지 않고 칼을 휘두르는 게 특수부 검사 스타일”이라며 “그동안 어려운 순간마다 자신의 길을 직접 선택해 온 한 위원장이 승부수를 띄웠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