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천연가스 터미널을 공습해 운영이 중단됐다. 주요 에너지 수출국인 러시아의 석유·가스 인프라를 겨냥한 공격이 계속되자 최근 안정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동부 발틱해 부근 우스트루가항의 가스 터미널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운영이 중단됐다. BBC는 키이우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드론을 이용한 특수작전을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현지 매체에 따르면 최소 두 대의 드론이 상공에서 목격됐다. 이날 SNS에 공유된 현장 동영상에는 근로자들이 화염에 휩싸인 탑에서 탈출하는 모습이 포착됐지만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서쪽에서 170㎞가량 떨어진 우스트루가항은 세계 최대 철도 및 해상 환적 터미널 등의 인프라를 갖춘 수출항이다. 가스 처리 공장과 석유 제품을 해외로 운송하는 주요 선적 시설이 들어서 있다. 공격받은 곳은 러시아 최대 LNG 생산 기업인 노바텍 플랜트로 연간 700만t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췄다. 다만 폭격으로 화재가 발생한 곳은 LNG 생산시설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 3년 차에 접어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최근 각각 핵심 인프라를 공격하자 글로벌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석유·가스 수출로 전쟁 비용을 마련해온 러시아에 타격을 주기 위해 후방의 자원 관련 시설을 집중적으로 노리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관계자는 “이 공장에서 가공된 연료가 전쟁을 위해 러시아 군대에 공급되고 있다”며 “이번 공격으로 군의 물류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전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자원 수출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중국과 인도에서 대량으로 가스, 원유를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중국 세관 자료를 인용해 작년 러시아가 사상 최대 규모인 1억702만t의 원유를 중국에 수출하며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최대 에너지 공급 국가가 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석유·가스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22년 파이프를 통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공급받던 독일 등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 후 LNG 확보전에 뛰어들면서 연초 ㎿h당 80유로대 수준이던 LNG 가격이 340유로 이상으로 폭등했다.
이현일/김리안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