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동유럽 전초기지’로 불리는 폴란드로 집결하고 있다. 2차전지, 방산 등 미래 먹거리를 위해 뛰어든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업 금융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올해 폴란드 현지에 ‘코리아 데스크’를 설치하기 위해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다. 코리아 데스크는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무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지 제휴 은행과의 협업을 통해 동유럽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모색해왔다”며 “기업 여신 등 현지 국내 기업과의 거래를 확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이 폴란드를 유럽 전초기지로 삼은 것은 국내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서다. 2022년엔 동부 유럽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폴란드 페카오은행과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폴란드는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독일, 우크라이나 등과 인접한 산업 중심 국가다. 중국에 이어 글로벌 2차전지 생산기지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기업 진출도 활발하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비롯해 포스코홀딩스(재활용품 공장), SKC(동박 공장) 등이 터를 잡았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삼성전자, LG전자 등도 현지에 법인을 두고 있다. ‘K방산’ 업체들의 잇따른 폴란드 수출 ‘잭팟’ 소식도 은행들의 진출 이유로 꼽힌다. 한국 기업들은 지난해 1조5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경공격기(FA-50), K-9 자주포 등을 수출했다.
우리은행도 기존 폴란드 사무소를 연내 지점으로 확대 개편하기로 했다. 2017년 폴란드 남서부 공업도시 카토비체에 마련한 현지 사무소는 그간 1인 체제로 운영돼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사무소를 지점으로 승격해 국내 기업의 무기 수출 확대에 따른 현지 금융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 역시 현지 사무소를 법인으로 승격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르면 연내 설립을 마치기 위해 조만간 폴란드 당국에 법인 설립 인가 서류를 제출할 계획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사무소가 나가 있는 폴란드 브로츠와프는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 LS전선 등이 생산기지를 두고 있어 우호적인 영업 환경이 갖춰져 있다”며 “늘어나는 금융 수요만큼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