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전기차 감산' 방침 현실화…"곧 '피바람' 분다"

입력 2024-01-21 15:07
수정 2024-01-2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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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위 자동차 기업 포드가 전기 픽업트럭 생산을 대폭 줄이기로 한 결정을 두고 글로벌 전기차 업계에 “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9일(현지시간) “현실적인 비용 수준을 무시한 채 살인적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가격 할인 경쟁은 결국 전기차 업계에 피바람으로 돌아올 것”이라면서 “무턱대고 (전기차) 가격을 내린 한 기업의 수익성이 사정없이 깎여 나갔다. 전기차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며, 신규 진입자들은 매우 험난한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세라티 지프 푸조 피아트크라이슬러(PCA) 등 다수 브랜드를 보유한 스텔란티스는 유럽 최대 전기차 판매 업체로 꼽힌다.

타바레스 CEO가 콕 집어 언급한 기업은 테슬라다. 테슬라가 촉발한 할인 경쟁은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의 실적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런 가운데 구매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테슬라,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이 줄줄이 감산을 결정했다.

포드는 약 한 달 전 자사 대표 전기차 모델인 ‘F-150 라이트닝’ 픽업트럭의 올해 생산 목표를 매주 3200대에서 1600대로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미시간주 디어본에 위치한 ‘루즈전기차센터’의 교대 근무 체제를 기존 3교대에서 1교대로 줄인다고 밝혔다.



오는 4월 1일부터 루즈센터에서 일하던 직원 약 1400명 중 700명은 같은 주(州)의 내연기관차 조립 공장으로 배치된다. 전기 픽업트럭 대신 내연기관 픽업트럭인 ‘레인저랩터’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 브롱코와 브롱코 랩터 생산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조립 공장에선 루즈센터에서 전환되는 인력 외에도 900명을 더 충원하고 주 5일 근무 체제를 주 7일로 늘릴 계획이다.

포드 측은 이번 조치를 “생산 수준을 수요에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F-150 라이트닝 판매량은 전년 대비 55% 늘어난 2만4165대로 집계됐지만, 같은 기간 F-150 시리즈 전체가 75만대 이상 팔려나간 것을 고려하면 증가세는 미미했다는 평가다. 포드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전기차 한 대당 약 3만6000달러(약 4815만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동차 전문 매체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작년 4분기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 증가율은 40%(전년 동기 대비)로, 1년 전 52%에서 10%포인트 넘게 둔화했다. 켈리블루북 애널리스트들은 “미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성장하고는 있지만, 그 속도가 빠르진 않다”고 지적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