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폭우가 이어지는 와중에 일부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을 하는 모습이 주목받았습니다. 콘크리트에 비가 섞여 강도가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니 국토교통부는 강우와 강설 시 콘크리트 타설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일반콘크리트 표준시방서 개정도 이뤄졌습니다.
문제는 콘크리트 타설이 금지되는 강우와 강설의 기준입니다. 비가 얼마나 와야 콘크리트 타설을 할 수 있는지, 눈이 얼마나 내려야 타설을 중단해야 하는지 정확한 기준이 없어 건설 현장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무조건 비나 눈이 내릴 때마다 콘크리트 타설이 금지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한 국내 5위권 대형 건설사는 비를 피해 콘크리트 타설을 해야 한다면 최소 50일 이상 공기가 늦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콘크리트 타설로 건물 구조체가 완성되어야 다른 공사도 할 수 있습니다. 콘크리트 타설이 늦춰지면 절대 공기가 길어질 수밖에 없고 공사비도 폭등할 것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공기가 길어지면 다른 비용도 모두 늘어납니다. 각종 사업비는 물론 이주비, 프로젝트 파이낸셜(PF) 대출 이자가 포함된 공사비까지 모두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올해도 최소 20%는 공사비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물론 공사 기간이 늘어나는 것 외에 안전 관리비, 감리비 등 증가와 건설자재비나 인건비 증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공사비가 비싸서 조합원들 사이에 분담금 갈등이 심해졌는데 분담금이 더 오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관리처분인가를 앞둔 조합에서는 조합원 반대가 늘어나고 증가한 분담금 때문에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도 확산할까 우려됩니다.
예전 같은 장마라면 그나마 공기가 어느 정도 지연될지 예상이라도 할 텐데, 최근에는 엘리뇨 현상 등 기후변화가 심해지니 장마 시작 전부터 한 달 내내 비가 오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비가 매일 조금씩 쏟아지는 스콜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는 건설 현장에서 예측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콘크리트 타설을 하려면 미리 거푸집 작업을 다 해놓고 타설할 물량을 한꺼번에 주문해 한 번에 부어야 합니다. 갑자기 비가 온다고 타설을 중단하면 건물 내구성에 문제가 생깁니다. 또 구입한 콘크리트는 제때 붓지 못하면 굳어버리기에 전부 버려야 합니다. 엄청난 공사비 손실이 예상되는 부분입니다.
올해는 얼마나 많은 비가 내릴까요. 50일이 될지 100일이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공기가 늘어나면 공사비용이 급증하니 조합원들도 피해를 보고, 건설회사들은 지체상금을 물어야 할 수 있어 손해입니다. 결국 비가 와도 공사할 수 있는 공법이 개발되거나 비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보호막을 설치하는 것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도 비가 오는 날 콘크리트 타설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지침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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