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중개, 소수업체가 90% 독점

입력 2024-01-19 18:24
수정 2024-01-20 01:28
시장 규모 연 30조원에 달하는 화물운송 중개시장은 ‘대기업의 무덤’으로 불린다. 대기업들이 여러 번 시장 진입을 타진했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나서다. 기존 플랫폼은 이미 개인 트럭운송기사(차주) 대부분을 확보했고, 최저 수준의 중개료를 받고 있다.

19일 화물업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영업하는 화물중개 플랫폼은 30여 개다. 이 중 2000년대부터 시장에서 이름을 날린 △전국화물24시콜 △원콜 △화물맨 등 세 곳이 시장을 90% 이상 과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는 설립 당시엔 전화로 화물을 중개하다 2010년 즈음부터 스마트폰 앱을 개발해 차주와 화주를 연결하고 있다.

3사는 화주로부터 받은 화물을 물류창고로 전달하는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을 이르는 이른바 ‘미들마일’ 시장을 꽉 잡고 있다. 시장 규모가 연 37조원(2020년 통계청 조사 기준)에 달한다. 물건을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라스트마일’ 시장(7조원 추산)의 다섯 배 규모다.

대기업들이 이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물류 공룡’들이 기존에 보유한 운송 인프라 등을 앞세워 눈독을 들였다. 2010년대 들어 여러 대기업이 선결제 정책과 낮은 수수료율 등을 앞세워 이 시장에 진출했다. SK에너지, 한진, 한솔로지스틱스 등이 플랫폼을 개설했다. 하지만 기존 3사 체제를 깨지 못하고 모두 실패로 끝났다. 최근엔 LG유플러스(화물잇고)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T트럭커) 티맵모빌리티(티맵화물) 등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다.

기존 3사 플랫폼을 이탈할 유인이 크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3사에는 한 달에 2만7500~5만원가량의 회비만 내면 되고 배차에 따른 추가 수수료가 없어 부담이 크지 않다. 다른 플랫폼으로 갈아타면 요금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차주들도 있다.

화물차주 A씨는 “대기업이 혁신적 플랫폼을 개설하더라도 고령화한 기사들은 인터넷 환경에 익숙지 않아 쉽게 갈아타지 못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