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핵심기술 빼돌리면 초범도 집행유예 못 받는다

입력 2024-01-19 18:26
수정 2024-01-29 15:52

앞으로는 국가 핵심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면 종전보다 훨씬 높은 형량을 선고받을 수 있다. 초범이라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것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19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발표한 양형기준안에 따르면 국가 핵심기술을 국외로 빼돌리는 범죄는 감경 영역이면 2~5년, 기본 영역은 3~7년, 가중 영역이면 5~12년을 선고하는 것이 권고된다. 종전에는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국내외 기술 유출에 대해 징역 5월 이상(최대 9년)형을 내렸는데 이보다 크게 높아지는 것이다.

특히 ‘산업기술 침해’라는 양형기준이 추가되면서 국가 핵심기술 등의 국외 침해는 최고 18년(1.5배 상한 적용 시), 국가 핵심기술 외 산업기술의 국외 침해는 최고 15년, 국내 침해는 최고 9년형이 가능해졌다.

양형기준은 일선 판사들이 판결할 때 기준으로 삼는 가이드라인이다. 범행 경위와 결과, 상습성, 피해회복 여부 등 판단에 어떤 내용을 고려할 것인지(‘양형 인자’)를 규정하고, 이에 따른 권고 형량 범위를 감경·기본·가중 3개 영역으로 나눠 제시한다.

양형위는 초범이라는 점을 주요 참작 사유에서 제외하는 등 판사가 징역형의 집행을 쉽게 유예하지 못하도록 권고했다. 양형위는 “영업비밀 및 기술 침해 범죄는 대부분 초범에 의해 발생한다”며 “형사처벌 전력 없음을 집행유예 주요 참작 사유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실제 지식재산, 기술 침해에 따른 피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에 양형위는 ‘상당한 금액의 연구개발비가 투입된 특허권, 영업비밀, 기술 등을 침해한 경우’도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 경우에 포함해 형량을 가중하도록 했다.

아울러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미성년자 대상 마약 매매, 혐오성 스토킹 등에 대한 양형기준도 대폭 상향한다. 특히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마약류를 판매하거나 10억원 넘는 마약을 유통할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하도록 권고했다. 대마 관련 행위에 대해서도 기존보다 무겁게 처벌하도록 했다. 대마를 투약하거나 소지만 해도 가중영역 형량 범위가 10월~2년에서 1~3년으로 상향된다. 아울러 상대방의 동의 없이 타인에게 마약류를 제공하거나 다른 범죄를 실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면 가중 처벌 요인으로 삼도록 했다.

스토킹 범죄는 일반 유형은 최대 3년, 흉기를 휴대하면 최대 5년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을 상향했다. 혐오범죄가 특별가중 사유가 되는 점을 명확히 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